고개를 숙였다는 이유만으로 한 사람의 태도를 겸손이라 부를 수 있을까. 오래 기억한 사랑은 그 사랑을 함께 산 사람의 생활까지 정확하게 남기는가. 『2017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깊이 읽기』는 좋은 의도와 아름다운 기억을 곧바로 신뢰하기 어려운 순간에서 출발한다. 자기기만·애도·사랑·폭력·음악이라는 다섯 질문을 통해, 타인을 설명하는 문장 속에 화자 자신의 욕망과 위치가 어떻게 들어오는지 살핀다.
임현의 「고두叩頭」에서는 낮아진 몸이 얻는 도덕적 권위를, 최은미의 「눈으로 만든 사람」에서는 돌보는 손과 가족의 몸에 남은 폭력을 읽는다. 김금희의 「문상」에 놓인 장례식장의 웃음과 이동, 백수린의 「고요한 사건」을 덮은 눈과 풍경은 애도와 아름다움이 무엇을 드러내고 가리는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묻게 한다. 인물의 진심을 판정하기 전에 서술이 선택한 장면부터 다시 보는 구성이다.
강화길의 「호수―다른 사람」에서는 불안과 증거의 거리를, 최은영의 「그 여름」에서는 사랑의 기억과 노동·계급의 시간차를 따라간다. 천희란의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는 편지와 여러 목소리의 반복을 통해 한 사람의 진실을 단번에 닫기 어려운 이유를 보여 준다. 음악 용어도 분위기를 꾸미는 표현으로 넘기지 않고 실제 서사 배열과 연결해 설명한다.
14개 장과 42개 절은 작품별 독해에서 출발해 여러 작품을 가로질러 비교하는 단계로 이어진다. 대상작의 질문이 다른 작품에서도 성립하는지, 선의라는 말이 어떤 장면에서 자기보호로 바뀌는지, 공통 주제에 잘 들어맞지 않는 작품이 무엇을 수정하는지 점검한다. 장 사이의 그림과 본문 이해 그림은 인물의 관계와 사물의 위치를 짚으며 읽기의 호흡을 돕는다.
작품집을 읽었지만 인물을 좋고 나쁜 사람으로 나누는 감상에 머물렀던 독자, 독서모임에서 서로 다른 해석의 근거를 찾고 싶은 독자에게 어울리는 독립 비평·해설서다. 원작을 대신 요약해 소비하기보다 문장과 장면으로 돌아갈 길을 마련한다. 마지막에는 처음에 옳다고 믿었던 설명을 잠시 멈추고, 그 설명에서 빠져나간 타인의 시간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