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연도와 제목이 적힌 두 권의 책인데 목차의 작품 수가 다르다. 『2020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깊이 읽기』는 초판과 개정판의 차이를 독서의 출발점에 놓는다. 가족 의례와 돌봄, 과학과 다른 세계를 읽는 일에 판본의 역사를 함께 연결한다. 작품의 성취를 살피는 판단과 출판 과정의 책임을 묻는 판단을 구분하면서, 독자가 지금 펼친 책의 범위를 정확하게 확인하도록 안내한다.
강화길의 「음복飮福」에서는 제사상 곁의 앎과 권력이 누구에게 다르게 배분되는지 읽는다. 최은영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강의실의 말과 계급의 기억을, 이현석의 「다른 세계에서도」는 몸의 선택을 둘러싼 여러 언어의 거리를 살피는 장으로 이어진다. 서로 다른 작품을 가족이나 돌봄이라는 말 하나로 묶지 않고, 각 인물이 말하고 결정하는 조건을 확인한다.
김초엽의 「인지 공간」에서는 공유된 지식의 양보다 그 지식에 접근하지 못하는 몸을 먼저 본다. 장류진의 「연수」에서는 돈을 내는 수강자와 기술을 가진 강사의 관계를, 장희원의 「우리〔畜舍〕의 환대」에서는 혈연의 판단이 낯선 집의 규칙과 만나는 순간을 분석한다. 김봉곤의 「그런 생활」은 판본 변동의 범위를 명시하고, 삭제된 사적 내용을 호기심으로 재구성하지 않는 독해의 경계를 다룬다.
18개 장과 54개 절은 작품별 분석과 함께 초판·개정판 확인, 실물 책과 전자책·도서관 기록의 대조, 판본 메모의 범위를 다룬다. 오토픽션과 사생활 윤리를 검토하는 장에서는 문학적 분석이 소문의 재유통으로 바뀌지 않도록 무엇을 확인하고 어디서 멈출지 묻는다. 비교표와 그림은 작품의 배열, 접근의 조건, 관계의 위치를 눈으로 확인하며 읽게 돕는다.
서로 다른 판본을 가진 독자들이 한 작품집을 토론할 때, 작품 평가와 출판의 책임이 뒤섞여 대화가 막힐 때 참고할 수 있는 독립 비평서다. 문학을 읽는 즐거움을 유지하면서도 확인한 사실과 해석의 범위를 정확하게 말하려는 독자에게 적합하다. 재독을 마칠 무렵에는 무엇이 수록되어 있는지뿐 아니라 무엇이 달라졌으며 그 차이를 어떻게 기록할지도 자신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