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언제 마지막으로 계산하지 않고 무언가를 선택했습니까.
지금 우리는 사랑에도 조건을 먼저 따집니다. 만나기 전에 이미 재고, 관계를 손익으로 셈하고, 목적 없는 시간을 낭비로 여깁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실패의 대가가 크고, 계산하지 않으면 다치는 시대이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지키는 사이, 우리는 무엇을 잃었을까요.
이 책은 그 잃어버린 것의 이름을 찾아 프랑수아즈 사강에게로 갑니다. 열아홉에 『슬픔이여 안녕』으로 세계를 흔들고, 사랑과 권태와 고독을 심판 없이 그려 낸 작가. 빠른 차와 밤의 삶을 사랑했고, 자기를 파괴할 권리가 자기에게 있다고 말했던 사람.
1부에서는 사강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한 시대의 대명사가 되었는지를 살핍니다. 2부에서는 『슬픔이여 안녕』, 『어떤 미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신기한 구름』, 『마음의 파수꾼』 다섯 권을 한 장씩 충실히 읽습니다. 3부는 작품 밖의 사강을, 4부는 그가 살았던 전후 프랑스의 공기를 되짚습니다.
그리고 5부에서 오늘 우리 자리로 돌아옵니다. 우리는 왜 계산부터 하게 되었는가. 이 책은 사람들을 탓하지 않습니다. 조건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음을 인정한 뒤, 그럼에도 지킬 수 있는 자리를 묻습니다.
마지막 6부는 오마쥬입니다. 그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고, 사강처럼 살 수도 없습니다. 다만 그가 붙들었던 태도만은 가져올 수 있습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되찾기, 지금을 미루지 않기, 쓸모없는 시간을 지키기, 심판하지 않는 눈으로 보기.
낭만의 반대말은 현실이 아니라 계산입니다. 이 책은 삶의 한구석에 손익으로 재지 않는 작은 자리를 남겨 두자고 권합니다. 그 자리에서, 잃어버렸다고 여긴 낭만은 다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