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거대한 가면무도회입니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을 미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정면으로 들이밉니다. 그런데 그 끝에서 그가 도달하는 곳은 뜻밖에도 연민입니다.
이 책은 그의 만년 저작 『파레르가와 파랄리포메나』와 유고에서 「윤리에 관하여」·「법과 정치에 관하여」를 뽑아 엮은 여섯 편의 에세이입니다. 인간 본성, 국가, 자유의지와 숙명, 성격, 도덕적 본능, 윤리에 관한 성찰. 형이상학의 두꺼운 갑옷을 벗은 쇼펜하우어가 가장 직설적으로 말하는 책입니다.
그가 보는 인간은 이렇습니다.
기사와 사제와 학자와 철학자의 가면 뒤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것은 대개 돈벌이하는 자들입니다. 그가 보기에 유일하게 정직한 부류는 상인입니다. 자기가 무엇인지 그대로 밝히니까요. 사람들이 개를 기르는 이유도 여기서 나옵니다. "아무 의심 없이 들여다볼 수 있는 정직한 얼굴이 없다면, 사람이 인류의 끝없는 시늉과 거짓에서 어떻게 놓여날 수 있겠습니까?"
그는 더 나아갑니다. 사람이야말로 **"그저 아픔을 주려는 것 말고 다른 아무 목적 없이 남에게 아픔을 주는 유일한 짐승"**이라고요. 강아지가 노는 데 끼어들어 막대기를 휘두르는 서너 살 아이, 죄수가 애써 길들인 거미를 발로 뭉개는 간수. 그가 드는 예는 사소해서 더 서늘합니다.
그리고 남의 불행을 고소해하는 마음을 인간 본성의 가장 나쁜 특징으로 꼽으며, 시샘하는 자가 자기를 감추는 수법을 낱낱이 해부합니다. 못 본 척하기, 대단찮은 사람을 열을 올려 칭찬하기, 어두운 구석에서 헐뜯기. 200년 전 글인데 오늘의 인간관계에 그대로 들어맞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냉소로 끝나지 않습니다.
칸트의 "인간의 존엄"을 순환논증이라 공격한 뒤, 그는 그 자리에 다른 규칙을 놓습니다. "누구를 만나든 그의 값어치를 따지지 마십시오. 오직 그의 괴로움과 필요와 불안과 아픔에만 눈길을 두십시오. 그러면 언제나 그와 한 핏줄임을 느낄 것입니다."
그리고 『베다』의 한 문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