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잿빛 눈이 납덩이 같은 빛으로 뺨에 내려앉아, 그 아래로 스미지 못한 채 살갗을 짓눌렀다.
1816년 여름, 제네바 호숫가의 별장에 바이런과 셸리 부부가 모였습니다. 화산재로 하늘이 덮여 비가 그치지 않던 그해, 사람들은 이를 「여름이 없는 해」라 불렀습니다.
바깥에 나갈 수 없게 되자 바이런이 제안했습니다. 각자 유령 이야기를 하나씩 지어 보자고요.
그 밤에서 두 작품이 태어났습니다. 하나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고, 다른 하나가 이 작품입니다.
폴리도리가 한 일은 흡혈귀를 시골 무덤에서 런던의 응접실로 데려온 것이었습니다.
그전까지 흡혈귀는 부어오른 시체, 농부의 목을 무는 짐승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의 루스벤 경은 귀족입니다. 창백하고 아름다우며 말이 적고, 사교계의 여인들이 그에게 이끌립니다.
이 인물형이 이후 이백 년의 흡혈귀 문학을 결정했습니다. 『카르밀라』도 『드라큘라』도 이 자리에서 출발합니다.
그런데 이 소설의 진짜 공포는 괴물이 아닙니다.
젊은 오브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가 무엇인지,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할 수 없습니다. 죽어 가는 자에게 한 맹세에 묶여 있고, 어렵게 입을 열어도 사람들은 그를 미치광이로 봅니다.
알면서 막을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이 이야기를 이백 년째 서늘하게 만듭니다.
책 뒤에는 1819년 초판에 함께 실렸던 흡혈귀 전승 해설, 그 여름 별장에서 벌어진 일의 전말, 그리고 바이런의 이름으로 잘못 발표되었던 사연을 실었습니다. 스물다섯에 세상을 떠난 폴리도리는 자기 작품이 어떤 자리에 서게 될지 알지 못한 채 떠났습니다.
원문을 한 문단씩 대조해 옮긴 완역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