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기의 세계』가 그리스도교 제국이라는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고, 동시에 훈족의 등장으로 촉발된 게르만 민족대이동이 막 시작되던 세기였다면, 5세기는 그 모든 흐름이 마침내 하나의 거대한 결말에 도달하는 세기였다 — 바로 서로마 제국의 공식적인 멸망이다. 그러나 이 세기는 단순히 하나의 제국이 사라진 시대로만 기억될 수 없다. 오히려 5세기는 옛 로마 제국의 서쪽 영토 위에 여러 게르만 계승 왕국이 자리 잡고, 동방에서는 로마 문명이 비잔틴이라는 독자적인 형태로 계속 이어지며, 동시에 유라시아 대륙 전역에 걸쳐 완전히 새로운 정치 질서들이 태동하는, 실로 창조적인 재편의 세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