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눈細雪」은 1943년부터 1948년까지 발표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대하 장편으로, 다니자키 문학의 최고봉이자 20세기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시기에 연재를 시작했지만 시국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단당했고, 종전 후에야 비로소 완결될 수 있었던 파란만장한 창작 과정을 지닌 소설이기도 합니다. 무대는 몰락해 가는 오사카의 명문가 마키오카 집안. 큰언니 쓰루코와 둘째 사치코가 이미 출가한 가운데, 소설은 주로 셋째 유키코의 거듭되는 혼담과 막내 다에코의 자유분방한 연애를 중심으로 자매들의 일상을 촘촘하게 따라갑니다. 벚꽃놀이, 반딧불이 구경, 맞선 자리까지 사계절의 풍류와 격식이 교차하는 간사이 상류층의 생활이 정교하게 재현됩니다. 화려했던 시절의 잔영을 간직한 채 새 시대의 물결 앞에 조금씩 흔들리는 마키오카 가문의 모습은, 한 집안의 이야기를 넘어 사라져 가는 옛 일본의 아름다움에 대한 다니자키의 애틋한 헌사이기도 합니다. 큰 사건 없이도 독자를 끝까지 붙드는 섬세한 문장과 인물 묘사는 오늘날까지도 다니자키 문학의 정수로 꼽힙니다. 분량이 방대한 원작의 특성상 이 전자책은 원문을 총 9권으로 나누어 선보이며, 이 책은 그중 9권째 입니다. 각 권은 이야기의 자연스러운 매듭 단위로 나누었으니 1권부터 순서대로 읽으시길 권해 드립니다. 원문 전체에 후리가나를 단 원문 감상판으로, 다니자키 특유의 유려하고 정교한 문체를 원문 그대로 감상하고 싶은 독자를 위해 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