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학문The Gay Science, 1882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직전에 쓴 니체 최고의 전환점, "시 짓는 기술la gaya scienza"
이 책은 프리드리히 니체가 1882년에 쓰고, 1887년에 증보한 책으로. 그의 대표작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바로 직전에 쓴 책이다. 이에 니체 스스로 가장 행복했던 시기에 쓴 책이라고 말한다. 책은 5개의 본편과 서곡, 부록으로 이루어진 383개의 짧은 잠언집이다. 논문처럼 이어지는 글이 아니라, 하루에 하나씩 곱씹어야 하는 조각 글들이다.
제목의 '즐거움Gay'은 가벼운 농담이 아니다. 중세 음유시인 트루바두르들이 쓰던 gai saber에서 온 말로, 진리를 무겁게 찾는 것이 아니라 ‘춤추듯, 노래하듯, 웃으면서 찾는 학문’을 뜻한다. 오랫동안 병과 고독, 인간에 대한 혐오에 시달리던 니체가 다시 건강을 회복한 뒤, 앎 자체가 축제가 될 수 있다는 선언으로 이 책을 썼다. 2판 서문에서 그는 이 책을 "회복기의 농탕질, 되찾은 힘의 장난"이라고 불렀다.
이 책에서 니체 사상의 가장 유명한 세 기둥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첫째는 125번 잠언인 '광인'의 이야기다. 대낮에 등불을 들고 시장으로 달려와 "신은 죽었다! 우리가 그를 죽였다!"고 외치는 장면이다. 니체가 말하는 신의 죽음은 무신론의 주장이 아니라, 근대 이후 인간이 더 이상 신이라는 절대적 가치에 기대어 살 수 없게 되었다는 시대 진단이다. 더 무서운 문제는 신이 죽은 뒤에도 오랫동안 그 그림자가 동굴 안에 남아 우리를 지배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341번 잠언인 '가장 무거운 짐'에서 처음 등장하는 '영원회귀' 사상이다. 어떤 악마가 당신의 가장 외로운 순간에 찾아와, 당신이 지금 사는 이 삶을 단 한 치의 차이도 없이 영원히 무한히 반복해서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면, 당신은 저주할 것인가, 아니면 축복할 것인가. 이 질문 앞에서 삶을 긍정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 니체의 최종 시험이다.
셋째는 276번 잠언에 나오는 '아모르 파티, 운명애'이다. 아름다운 것뿐 아니라, 추하고 고통스러운 것까지 포함한 삶 전체를 미화하고 사랑하라는 태도다.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것이 나의 유일한 부정"이라는 문장은 이 책의 핵심 윤리다.
『즐거운 학문』은 신이 죽은 텅 빈 세계에서, 영원히 반복되어도 좋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법을 묻는 책이다. 그래서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난다.
"비극이 시작된다. 아니, 희극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