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역전 골목 끝에는 작은 시계수리점이 있다. 유리문에는 오래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다.
‘멈춘 시간을 고칩니다.’
시계수리공 서정후의 가게를 찾는 사람들은 단지 고장 난 시계만을 들고 오지 않는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차던 손목시계, 첫 월급으로 산 시계, 헤어진 가족이 남긴 반쪽 시계, 시험 날에 멈춘 시계, 불 속에서 살아남은 시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 사람의 시간을 품은 시계까지. 낡은 시계마다 말하지 못한 사연과 멈춰 버린 마음이 함께 들어 있다.
정후는 서두르지 않는다. 시계의 뚜껑을 열고 작은 톱니와 태엽을 살피듯, 손님이 꺼내놓는 기억과 침묵에도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모든 시계를 고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시간이 다시 흐르도록 곁에서 기다려 줄 수는 있다.
봄·여름·가을·겨울, 네 계절에 걸쳐 펼쳐지는 마흔 편의 연작소설. 서로 다른 손님들의 이야기가 쌓이는 동안, 남의 멈춘 시간만 고쳐 온 정후에게도 외면해 온 시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내가 떠난 시각인 다섯 시 십이 분에 멈춘 시계와 멀어진 딸의 전화. 그는 과연 자신의 시간도 다시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
《멈춘 시간을 고칩니다》는 가족과 이별, 기억과 후회, 기다림과 용서를 따뜻하고 담담하게 그린 이야기다. 오래 멈춰 있던 마음도 누군가의 손길과 작은 용기가 있다면 다시 움직일 수 있다고 조용히 말해 주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