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취임 열네 달째 대통령이 자기 임기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주에 대통령이 임명한 국민통합위원장은 탈당을 권했고, 대법원장은 관례를 깨고 서면으로 대법관을 제청했으며, 여당 대표는 대통령과 당의 관계가 이미 당헌에 정해져 있다고 못 박았다.
170석과 60% 지지율로 출발한 대통령이었다. 취임 당시 걱정은 정반대였다. 견제할 수단이 없다는 것, 전무후무한 제왕적 대통령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이 책은 묻는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노태우는 216석을 만들고 당에서 쫓겨났다. 김영삼은 당을 완전히 장악하고도 자기 당 후보에게 인형이 불태워졌다. 김대중은 총재직을 잃었고, 노무현은 자기가 만든 당이 먼저 사라지는 것을 봤다. 박근혜와 윤석열은 여당 의원들의 표로 파면됐다. 아홉 정부, 아홉 가지 선택, 그러나 하나의 결말이었다.
답은 87년 헌법에 있다. 이 헌법은 대통령이 여당을 장악한다는 전제 위에 만들어졌으나 그 관계를 한 줄도 쓰지 않았다. 장악을 가능하게 한 것은 헌법이 아니라 총재직과 공천권, 정치자금과 사정기관이었다. 그 자원이 하나씩 사라지자 헌법이 처음부터 정해둔 관계가 맨몸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을 파면하는 데 필요한 200석은 야당 혼자 만들 수 없다. 헌법 제65조가 그렇게 정해두었다. 대통령의 적은 처음부터 여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