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덕주는 오랫동안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글쓰기와 연구, 문서 작성의 현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아 왔다. 강의실에서 만난 학생들은 대체로 성실했고, 어떻게든 자신의 길을 찾으려 애썼다. 그러나 열심히 공부하고도 보고서 한 편을 완성하지 못해 밤을 새우고, 좋은 생각을 가지고도 그것을 글로 정리하지 못해 좌절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지식을 머릿속에 넣으라는 요구가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어떻게 모으고, 정리하고, 배열하고, 하나의 결과물로 완성하는지를 알려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지식 생산의 기술』은 바로 그 오래된 마음에서 시작된 책이다.
저자는 대학과 연구 현장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와 공공영역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수행해 왔다. 경북대학교 한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지역의 청년·인문학 문제와 인공지능 시대의 인문학을 연결하는 활동에도 참여했다. 실제로 2017년에는 대구 지역 인문활동가 사업과 관련하여 청년·지역·인문학을 연결하는 프로그램과 지역 인문학의 사회적 역할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 속에서 저자는 좋은 생각도 자료 수집과 정리, 협업, 기록, 보고와 같은 구체적인 생산 과정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세상에 제대로 나오기 어렵다는 사실을 여러 번 확인했다. 대학의 글쓰기 수업에서부터 연구와 행정, 지역사회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서로 달라 보이는 일들이 결국은 ‘생각을 사람들에게 전달 가능한 결과물로 만드는 일’이라는 하나의 문제로 이어져 있었다.
그래서 이 책에는 거창한 성공 비법보다 저자가 학생과 동료들에게 조금이라도 일찍 알려주고 싶었던 방법들을 담았다. 자료를 어떻게 모아야 하는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생각을 어떤 순서로 배열해야 하는지, 초안을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를 가능한 한 쉽고 따뜻하게 설명하고자 했다. 이 책 한 권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오늘도 빈 문서 앞에서 막막해하는 학생에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헤매는 취업준비생에게, 열심히 일하고도 자기 손에 남은 것이 없다고 느끼는 직장인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이 책을 읽은 누군가가 “나는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만드는 방법을 아직 배우지 못했을 뿐이구나” 하고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저자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