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을 길러 낼지는 그 조직이 무슨 일을 하는지에 달려 있다. 군대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번에는 군 조직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 한마디도 없이 학교부터 합치기로 했다. 그 학교가 길러 낼 지휘관이 어느 지휘체계에 설지는 아직 아무도 정하지 않았다.
2026년 7월 16일, 국방부는 육군·해군·공군 세 사관학교를 하나로 합치는 국군사관학교 창설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 책은 그 계획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없는 것을 확인한다. 학교의 모양이 없고, 들어가는 길이 없고, 학교가 어디에 속하는지가 없다. 무엇보다 그 학교를 나온 장교가 어떤 지휘체계 안에 서게 되는지가 없다.
사관학교는 초급 지휘관을 길러 내는 곳이다. 그 지휘관이 설 지휘구조가 정해지지 않으면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도 정해질 수 없다. 그런데 한국의 상부지휘구조 개편은 2011년 이후 15년째 멈춰 있고, 다른 나라들이 국가안보전략서나 국방전략서의 이름으로 내놓는 문서가 한국에는 공개된 형태로 없다. 순서가 뒤집힌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거꾸로 문제를 풀어 보기로 했다. 누구와 어떻게 싸울 것인지를 먼저 정하고, 거기서 누가 누구를 지휘할 것인지를 끌어내고, 마지막에 그 지휘관을 어떻게 기를 것인지를 결정한다.
먼저 지금의 전장을 본다. 2026년 2월 28일 인공지능이 지휘통제를 맡은 첫 전쟁이 시작되어 개전 24시간에 표적 1,000곳이 무력화됐다. 표적 하나에 1분 26초이고, 사람이 판독하고 결심하는 절차로는 닿을 수 없는 속도다. 2만 달러짜리 드론이 1,200만 달러짜리 요격탄을 소모시키고, 국가안보의 두뇌가 민간 기업의 코드 라이선스에 매인다. 그 장면들에서 되풀이되는 것을 여섯 제약으로 적는다. 고전에서 연역한 것이 아니라 벌어진 일에서 끌어내고, 손자와 클라우제비츠와 몰트케와 현대 군사학 문헌이 같은 자리를 가리키는지 확인해 남긴 것들이다.
그 여섯으로 지휘구조 세 모델을 판정하고 네 개의 개편안을 낸다. 마지막에 같은 여섯으로 정부안을 되짚는다.
사실은 원문에서 확인했다. 국방부 보도자료의 첨부 문서,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록, 사관학교 설치법의 조문,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의 의안 원문, 공공데이터포털의 입학 경쟁률 원자료, 미 회계감사원 증언과 의회조사국 보고서, 국내 학술 논문의 원문까지 직접 열어 대조했다. 원출처가 나무위키에서 끊기는 서술은 흥미롭더라도 본문에서 뺐고, 확인하지 못한 것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부록 F에 모아 두었다.
부록에는 군사 쿠데타를 따로 한 편 실었다. 조선 태조와 나폴레옹에서 5·16과 12·12까지의 사례를 원인과 결과로 정리하고, 하나회가 해체된 뒤에도 남은 구조를 짚은 다음, 학제 개편으로 쿠데타를 막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