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었다.
38억 횡령범이라는 누명을 쓴 채 모든 것을 빼앗기고, 마지막 순간까지 진실을 밝히지 못한 채 죽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십 년 전, 모든 비극이 시작되기 전의 입사 첫날이었다.
미래를 기억하는 나는 이번 생만큼은 달라질 수 있다고 믿었다. 어떤 기업이 성공하는지, 누가 나를 배신하는지, 어디에 거대한 돈이 몰리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미래는 내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하지만 내가 과거를 바꾸기 시작하자 미래도 달라졌다.
망할 회사를 살리고, 노바데이터를 창업하고, 예정에 없던 선택을 할 때마다 내가 알고 있던 미래는 하나씩 사라졌다. 결국 미래라는 정답지마저 완전히 쓸모없어졌다.
그리고 그때 더 충격적인 진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06번 차도혁.
07번 강태준.
08번 서하린.
나만 회귀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보다 먼저 미래를 바꾼 05번이 존재했고,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는 00번의 정체는 놀랍게도 23년 뒤의 나 자신이었다.
미래의 나는 내게 태성그룹을 인수하라는 계획을 남겼다.
하지만 나는 거부했다.
전생에는 회사가 내 인생을 결정했다. 이번 생까지 누군가 만들어놓은 미래대로 살 생각은 없다. 그 누군가가 미래의 나 자신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내가 예정된 계획에서 벗어난 순간, 미래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하린은 갑자기 태성그룹 회장 후보로 지명되고, 정체를 숨긴 05번은 나를 무려 23년 동안 기다렸다고 말한다. 노바데이터를 차지하려는 거대한 자본까지 움직이면서 우리의 싸움은 기업 하나를 살리는 수준을 넘어선다.
이제 미래를 알고 돈을 버는 게임은 끝났다.
누가 진짜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가.
누가 우리를 회귀시켰는가.
그리고 23년 뒤의 나는 왜 지금의 나를 움직이려 하는가.
정답이 사라졌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미래의 나조차 믿지 않는다.
정해진 미래가 나를 쫓아온다면, 이번에는 내가 그 미래부터 부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