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술과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왜 욕을 먹었을까
오랜만에 상경한 고향 친구들에게 저자는 서울에서 손꼽히는 좋은 식당을 잡아 값비싼 와인을 대접했다. 정성을 다한 자리였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뜻밖에도 섭섭하다는 뒷말이었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면 족했을 자리를, 굳이 좋은 곳으로 데려가 없는 티를 낸 것이 화근이었다. 노자 도덕경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애써 무언가를 더한 것, 곧 꾸미고 드러낸 것이 어떻게 도리어 화를 부르는가. 이 책은 이천오백 년 전 노자가 남긴 오천 자의 지혜를, 우리가 매일 겪는 이런 순간들로 풀어낸다.
밥 먹듯 하는 논어, 약 먹듯 하는 노자
중국에는 예로부터 이런 말이 있다. 공자의 논어는 식료품점과 같고, 노자의 도덕경은 약방과 같다고. 논어가 날마다 챙겨 먹는 양식이라면, 노자는 막히고 닫힌 곳을 뚫어 주는 약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노자 도덕경에는 삶의 응어리를 풀어 주는 치유의 힘이 있다. 그러나 노자는 가장 오묘하고 신비한 고전으로 꼽히는 삼현의 하나이기도 하다. 남는 경구는 많지만 그 전체를 한마디로 꿰기가 어려워, 누구도 자신 있게 설명하지 못하는 책이다. 저자는 사십 년의 공부 끝에, 이 난해한 고전을 세 개의 열쇠로 명쾌하게 풀어낸다.
무위, 낮춤, 그리고 비움
첫 번째 열쇠는 무위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억지로 꾸미거나 인위를 보태지 않는다는 뜻이다. 광고 한 번 없이 품절 대란을 일으킨 과자, 잔재주를 부리지 않아 오히려 신뢰를 얻은 법정의 진술처럼, 꾸미지 않음이 도리어 큰 힘을 발휘한다. 두 번째 열쇠는 낮춤이다. 강과 바다가 모든 물의 왕이 되는 것은 가장 낮은 곳에 처하기 때문이다. 스물다섯 젊은 한신에게 큰절을 올린 유방처럼, 남의 아래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얻는 힘이 된다. 세 번째 열쇠는 비움, 곧 허정이다. 마음을 비우고 고요히 하는 것이다. 가슴에 옥을 품고도 드러내지 않는 사람, 자기를 내세우지 않기에 오히려 빛나는 사람. 노자가 말한 성인이란 그렇게 약점을 보이지 않는 사람이다.
당신은 정말 겸손한가
이 책이 다다르는 가장 깊은 물음은 겸손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겸손에 반기를 든다.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이듯 겉으로만 낮추는 것은 처세술일 뿐, 진짜 겸손이 아니라는 것이다. 속으로는 잘난 척하고 싶으면서 겉으로만 고개를 숙이는 것은 오히려 꾸밈이요 가식이다. 공자가 예를 물으러 갔을 때, 노자는 그대는 교만한 기운을 지녔으니 돌아가라고 일갈했다. 그 노자 앞에 선다면, 우리 가운데 누가 떳떳할 수 있을까. 인간은 본래 아는 척, 잘난 척, 있는 척하도록 태어났다. 그 본성을 정직하게 마주하고, 겉이 아니라 내면에서부터 자기를 비워 갈 때, 비로소 진짜 겸허에 한 걸음 다가선다. 노자 도덕경은 그 오래된 물음을 오늘의 우리에게 되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