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슌킨 이야기春琴抄」는 1933년 발표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대표 중편으로, 흔히 다니자키 미학의 정점으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옛 전기와 문헌을 인용하는 독특한 형식을 빌려, 마치 실화를 고증하듯 이야기를 풀어내는 서술 방식부터가 파격적입니다. 오사카의 부유한 약종상 집안에서 태어난 슌킨은 아홉 살에 시력을 잃지만, 뛰어난 미모와 자존심, 그리고 고토琴와 샤미센 연주에 대한 비범한 재능으로 일찍이 스승의 반열에 오릅니다. 어릴 적부터 그녀의 시중을 들던 사스케는 평생을 그녀의 발밑에서 헌신하며, 스승이자 연인인 슌킨을 그림자처럼 섬깁니다. 도도하고 잔혹하리만치 오만한 슌킨과, 어떤 학대와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사스케의 관계는 세월이 흐르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깊어져 갑니다. 어느 날 벌어진 끔찍한 사건 이후 사스케가 내리는 충격적인 선택은, 사랑이란 무엇이며 헌신의 끝은 어디인가를 독자에게 묵직하게 되묻습니다. 이번 전자책은 일본어 원문에 후리가나를 단 원문 감상판으로, 옛 문헌체와 오사카 사투리가 어우러진 다니자키의 정교한 문체를 원문으로 직접 느끼고 싶은 독자를 위해 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