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자키 준이치로가 1919년에 발표한 단편소설 『두 명의 치고』는 일본 문학사에서 미적 감각과 관능의 대가로 꼽히는 작가가 그려 낸, 청순하고도 애수 어린 동화적 세계를 보여 주는 작품이다. 헤이안 시대의 불교적 배경을 바탕으로, 세속의 때가 묻지 않은 두 소년의 순수한 내면과 금지된 세계에 대한 동경을 섬세한 문체로 그려 낸다. 다니자키 특유의 퇴폐적이고 화려한 미의식이 잠시 뒤로 물러난 자리에는, 오히려 인간의 원죄와 욕망이라는 보편적 주제가 맑은 물속의 돌처럼 또렷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은 작가의 초기 고전주의 경향과 후기 탐미주의를 잇는 가교로 평가받으며, 일본 근대문학에서 ‘소년의 아름다움’을 가장 우아하게 형상화한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힌다. 비구니의 출입이 금지된 비와 산比叡山의 깊은 절간, 두 살 터울인 열세 살과 열다섯의 치고稚児, 동자승가 있다. 형뻘인 센주마루는 근강의 부잣집 아들로, 아우인 루리코마루는 조정의 관리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두 아이 모두 어떤 사정으로 인해 어릴 적부터 산에 맡겨져 고승의 가르침 아래서 자란다. 그들은 부모도 고향도 모른 채, 오직 불도 수행만이 자신들의 길이라고 믿으며 자라난다. 스승은 세상의 번뇌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그 번뇌를 모르는 자신들이 얼마나 행복한지 거듭 일러 주지만, 아이들은 어느새 ‘번뇌’와 ‘부유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품기 시작한다. 산꼭대기에서 내려다보이는 아득한 평야와 먼 곳의 도성, 그리고 그곳에 살고 있다는 ‘여자’라는 존재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두 소년의 마음속에 조금씩 그림자를 드리운다. 두 소년은 서로 묻고 답하며 세상에 대한 상상을 나누지만, 그 대화는 언제나 스승의 가르침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맴돈다. 맑은 호수처럼 보이는 세상도, 눈부신 구름처럼 아름다운 도성도, 결국은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들은 마음 한구석에서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물음을 품는다. 과연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은 어떤 모습일까. 어느 날 두 소년은 산기슭에서 우연히 한 여인을 마주치게 되고, 그 경험은 그들이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의 파문을 일으킨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스승이 금지한 계율과 자신들의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낯선 감정 사이에서, 소년 특유의 불안과 설렘, 그리고 죄책감을 조용히 키워 간다. 이 작품은 화려한 사건이나 극적인 전개보다는, 두 소년의 미묘한 심리 변화와 그들 사이에 흐르는 연민과 우정을 잔잔하게 따라간다. 이 전자책은 일본어 원문을 후리가나와 함께 수록하여 원문의 리듬과 표현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고, 각 장면에 등장하는 어려운 어휘와 고어, 문법 구조를 상세히 설명한 단어장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매 문단마다 자연스러운 한국어 번역을 병기하여, 일본어 학습자나 문학 애호가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작품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다. 다니자키 문학의 정수를 느끼고 싶은 독자, 고전 일본어의 아름다움을 탐구하고 싶은 학습자, 그리고 인간의 내면을 그려 낸 수준 높은 문학을 찾는 이 모두에게 『두 명의 치고』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특별한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