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숙, 예순넷.
남편의 실직을 견뎠고,
아들의 사업 실패를 대신 갚았고,
딸의 이혼 뒤 손주를 키웠다.
그렇게 평생을 가족에게 내어주었다.
마지막 순간 정숙에게 남은 것은 작은 전셋집과 오래된 가족사진 한 장뿐이었다.
그런데 죽었다고 생각한 순간,
그녀는 스물아홉 해 전 아침으로 돌아온다.
1997년 8월.
남편이 직장을 잃기 전.
아들이 대학을 포기하기 전.
딸이 꿈을 접기 전.
그리고 대한민국 전체가 거대한 경제위기에 휘말리기 직전.
정숙은 미래를 정확한 숫자로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생활은 기억한다.
쌀값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어떤 가게가 문을 닫았는지.
사람들이 무엇을 아끼고 무엇에는 끝까지 돈을 썼는지.
그리고 위기의 한복판에서도 살아남은 장사가 무엇이었는지를.
과거의 정숙은 위기가 올 때마다 참았다.
이번의 정숙은 움직인다.
남편 몰래 비상금을 만들고,
동네 반찬 주문을 받기 시작하고,
작은 식탁에서 시작한 장사를 하나의 사업으로 키운다.
그러나 돈이 생긴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은 정숙이 기억하던 과거와 다른 선택을 하기 시작하고,
정숙 역시 깨닫는다.
미래를 안다는 것은 정답을 안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가족에게 선언한다.
“내가 너희 엄마인 건 맞아.
하지만 내 인생까지 너희 것은 아니야.”
1997년,
한 평범한 엄마의 인생이 다시 시작된다.
가족을 살리고,
집을 지키고,
마지막에는 자기 이름까지 되찾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