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학기술이 거의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 시대에 산다.
그러나 조개는 차가운 바닷물 속 상온에서, 우리가 아직 그만큼 만들지 못하는 재료를 짓는다. 나무는 펌프도 심장도 없이 백 미터 위로 물을 올린다. 우리가 만든 어떤 흡입 펌프도 열 미터를 넘지 못한다. 잎 한 장은 흔한 원소만으로 물 분자를 쪼갠다 상할 때마다 부품을 갈아 끼워 가면서.
우리는 눈송이가 왜 그런 모양으로 자라는지 아흔 해가 지나도록 완전히 설명하지 못했다. 빛과 전자의 상호작용을 소수점 열 자리까지 맞히면서도, 빛이 파동이면서 알갱이라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에는 백 년째 합의하지 못한다. 세상에서 가장 흔한 것들이, 여전히 열린 물음으로 남아 있다.
『자연의 경이』는 서른두 개의 경이 앞에 함께 서 보기를 청하는 책이다.
빛, 태양, 물, 눈 결정, 진주, 백 미터의 나무, 바다를 건너는 새, 태에서 빚어지는 날들, 시계 없이 때를 아는 것들, 그리고 울고 웃는 일까지. 각 장은 같은 걸음으로 걷는다. 흩어진 신비를 하나 불러 모으고, 데이터의 사슬을 마디마디 따라 내려간다. 수사로 채우지 않고 검증된 사실로 채웠다 226개의 주석마다 그 서술이 딛고 선 출처를 밝혀 두었다.
그리고 과학이 아직 도착하지 못한 자리, 또는 물음의 종류가 바뀌는 자리에 이르면 잠시 멈추어 선다. 장 끝의 「닫는 자리」에서 오래된 한 구절이 놓인다 답으로가 아니라, 그 경이를 우리보다 먼저 바라본 시선으로.
이 책은 증명하려는 책이 아니다. 한 과학자가 평생 본 경이들 앞에 당신을 데려가, 잠시 함께 서 보기를 청하는 책이다. 답을 손에 쥐여 주는 대신, 좋은 물음 앞에 오래 머무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었다.
과학은 어떻게를 파헤치고, 성경은 왜를 묻는다. 둘을 섞지 않는다. 다만 나란히 놓는다.
서두르지 말고, 한 장씩 천천히 바라보아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