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국도를 달리고 있었다. 양옆이 논이고 길이 곧게 뻗어 있었다. 앞을 보니 도로의 양쪽 가장자리가 저 멀리서 한 점으로 모여 있었다.
십 분을 더 달렸다. 그 점은 여전히 저 앞에 있었다. 이십 분을 더 달렸다. 여전히 저 앞이었다. 한 번도 가까워지지 않았다.
나중에 그 지점을 지나며 창밖을 봤다. 논과 전봇대뿐이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울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종이에 그 점을 찍는 것이다. 그 점에서 선을 두 줄 벌려 긋고, 그 사이를 길로 삼고, 전봇대는 그 선에 닿는 높이까지만 그린다. 그 점을 찍지 않으면 길이 그려지지 않는다.
그런 장소는 없다. 그런데 그것을 빼면 나머지 전부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 책은 그런 것들에 대한 스물다섯 편이다. 부품이 삼만 개 다 있는 창고에 자동차는 없다. 조립은 대체 무엇을 더한 걸까. 모나리자는 세상에 하나인데 『죄와 벌』은 백만 권이 있고, 둘 다 하나의 작품이라고 불린다. 문 안이라는 장소는 없는데, 문이 없으면 나갈 수 없다.
남았다, 하나다, 같은 것이다, 내 것이다, 할 수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쓰는 말들이다. 너무 익숙해서 뜻을 따져본 적이 없다. 따져보면 대개 명확한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조금만 더 버텨보면, 처음 보는 풍경이 나온다.
일곱 개의 묶음을 지나는 동안 스물다섯 편은 모두 질문으로 끝난다. 답을 손에 쥐여주지 않는다. 지은이가 후기에서 밝히듯,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름을 먼저 주면 물음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닿을 수 없는데 없으면 안 되는 것들을 우리는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