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무엇이 남고 누구 것인가

김경수
유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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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남고 누구 것인가
듣기기능TTS지원파일정보EPUB
총 용량0.8 MB이용기기
ISBN9791144417281
책 소개
시골 국도를 달리고 있었다. 양옆이 논이고 길이 곧게 뻗어 있었다. 앞을 보니 도로의 양쪽 가장자리가 저 멀리서 한 점으로 모여 있었다.

십 분을 더 달렸다. 그 점은 여전히 저 앞에 있었다. 이십 분을 더 달렸다. 여전히 저 앞이었다. 한 번도 가까워지지 않았다.

나중에 그 지점을 지나며 창밖을 봤다. 논과 전봇대뿐이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울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종이에 그 점을 찍는 것이다. 그 점에서 선을 두 줄 벌려 긋고, 그 사이를 길로 삼고, 전봇대는 그 선에 닿는 높이까지만 그린다. 그 점을 찍지 않으면 길이 그려지지 않는다.

그런 장소는 없다. 그런데 그것을 빼면 나머지 전부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 책은 그런 것들에 대한 스물다섯 편이다. 부품이 삼만 개 다 있는 창고에 자동차는 없다. 조립은 대체 무엇을 더한 걸까. 모나리자는 세상에 하나인데 『죄와 벌』은 백만 권이 있고, 둘 다 하나의 작품이라고 불린다. 문 안이라는 장소는 없는데, 문이 없으면 나갈 수 없다.

남았다, 하나다, 같은 것이다, 내 것이다, 할 수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쓰는 말들이다. 너무 익숙해서 뜻을 따져본 적이 없다. 따져보면 대개 명확한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조금만 더 버텨보면, 처음 보는 풍경이 나온다.

일곱 개의 묶음을 지나는 동안 스물다섯 편은 모두 질문으로 끝난다. 답을 손에 쥐여주지 않는다. 지은이가 후기에서 밝히듯,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름을 먼저 주면 물음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닿을 수 없는데 없으면 안 되는 것들을 우리는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목차
차례
여는글
1부 무엇이 하나가 되는가
부품이 다 있다고 자동차가 아니다
10주가 20주가 되었는데, 나는 부자가 되지 않았다
2부 변해도 남는 것
깨진 유리잔과 부러진 뼈
그림자는 무엇을 잃어버리나
우유는 언제 우유가 아니게 되나
건물은 자기 금을 보지 못한다
3부 그건 누구 것인가
남의 일기를 읽는다고 내 기억이 되지는 않는다
창을 닫았다 다시 열면
모나리자는 하나인데 죄와 벌은 백만 개다
내 위치가 표시되지 않은 지도
대표가 있다고 회사가 아픈 것은 아니다
4부 쌓이고 갈라지는 것
쌓인 것과 깊어진 것
어디까지 공유하면 하나가 되나
사막에는 중심이 없다
같은 말인데 판결이 되고 진단이 된다
5부 겪는다는 것
보일러도 반응한다
지금은 얼마나 두꺼운가
잠에서 막 깼을 때
6부 할 수 있음과 없음
돌에 물을 준다고 나무가 되지 않는다
강을 건너는 네 가지 방법
헌법은 얇다
빨간불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7부 시작하기 전, 그리고 닿지 않는 곳
학교에서 배운 것이 틀렸다
문 안이라는 장소는 없다
가도 가도 닿지 않는 곳이 길을 정한다
후기
더 읽을거리
부록 1  개념 순서로 다시 읽기
부록 2  삶과 죽음에 대하여

작가 소개
  • 작가김경수
김경수. 소속 없이 혼자 연구한다.

생성 일반 방법론(GGM)이라는 철학 체계를 세우고, 그 개념들을 원전과 논문으로 정리해왔다. 구조적 코기토, 리로드 이후의 동일성, 수학적 필연성의 스펙트럼, 메타구조론을 다룬 논문들을 Zenodo에 공개하고 있다.

이 책은 그 개념들을 개념어 없이 다시 쓴 것이다. 창고와 유리잔과 신호등에서 시작해서, 원전이 도착했던 자리까지 걸어가 본다.

ORCID 0009-0009-6129-7999

출판사
유페이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