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은 칸트가 남긴 경계선을 지우고 논리와 자연과 정신, 우주와 역사와 국가를 하나의 체계로 묶으려 했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처음으로 전 학문을 한 사람의 사유 안에 배치하려는 야망이었다. 『헤겔이라는 신화』는 그 거대한 기획을 경외의 대상이 아니라 검증할 수 있는 주장으로 다시 세운다.
이 책이 선택한 시험대는 자연이다. 논리학의 개념이 스스로 다음 개념으로 넘어가는지, 세계정신이 한 민족에서 다른 민족으로 옮겨 가는지를 판정할 외부의 심판관은 없다. 그러나 자연에는 측정과 관측이 있다. 저자는 헤겔이 다룬 역학·미적분·천문학·광학을 당시와 이후의 과학 성과에 비추어 채점하고, 그 유일한 시험대에서 드러난 실패가 왜 체계 전체의 신뢰를 흔드는지 논증한다.
책은 ‘제2의 아리스토텔레스’가 되려 한 야망에서 출발해 『정신현상학』의 인식론, 『논리학』의 변증법, 자연철학의 과학적 오류, 역사와 국가를 둘러싼 서사로 나아간다. 이어 쇼펜하우어와 키에르케고르, 러셀과 무어, 카르납과 들뢰즈, 포퍼와 레비나스가 겨눈 비판을 한 계보로 묶고, 일곱 부 서른일곱 장의 추적 끝에 최종 판정을 내린다.
이 책의 과녁은 한 철학자의 명성에만 있지 않다. 결론을 먼저 세우고 현실을 그 틀에 끼워 맞추는 사고방식, 반박될 조건을 남기지 않은 채 스스로를 완결된 진리로 내세우는 태도가 오늘의 확증 편향과 진영 논리에도 되풀이된다는 데 있다. 무엇이 이 체계를 틀렸다고 판정할 수 있는가. 『헤겔이라는 신화』는 철학을 현실 앞에 다시 세우는 이 질문을 독자에게 건넨다.
특이사항
· 물리학자의 시선으로 헤겔의 거대 체계를 ‘무엇이 이 체계를 틀렸다고 판정할 수 있는가’라는 검증 기준 아래 재심문한다.
· 헤겔의 야망을 ‘제2의 아리스토텔레스’가 되려 한 전 학문 통합 기획으로 규정하고, 그 성립 조건을 체계 내부에서 끌어낸다.
· 자연철학을 유일한 외부 시험대로 삼아 역학·미적분·천문학·광학에 대한 그의 판단을 측정과 관측의 성과와 대조한다.
· 자연이라는 중간 항의 실패가 논리학과 정신철학까지 어떻게 흔드는지 추적하며, 채점되지 않은 영역이 곧 통과한 영역은 아니라는 논점을 제시한다.
· 『정신현상학』·『논리학』·『엔치클로페디』·『법철학』을 중심으로 본질주의, 변증법, 역사와 국가론을 일반 독자의 언어로 풀어낸다.
· 쇼펜하우어·키에르케고르·러셀·무어·카르납·들뢰즈·포퍼·레비나스까지 반헤겔 비판의 계보를 한눈에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