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 책의 독자는 특정 전문가가 아니다. 탄소가 무엇인지 처음 배우는 초등학생, ESG 보고서를 처음 쓰는 대학생, 영수증으로 탄소장부를 만들어야 하는 중소기업 대표, CBAM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하는 수출 기업 임원, 기후기술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 그리고 고지서를 보며 '우리 집은 탄소를 얼마나 배출하는 걸까' 궁금해하는 모든 시민 — 이 책은 그 모두를 위해 썼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그러나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이 책의 원칙이다. 모든 수치에는 출처가 있고, 모든 개념에는 용어 해설이 있으며, 모든 주장에는 학술 논문이나 공신력 있는 기관의 데이터가 뒷받침된다. 학생은 교과서 너머의 실전 지식을 얻고, 전문가는 체계적으로 정리된 참고자료를 얻는다.
이 책의 구성
전 12회 본문과 부록 1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여섯 개의 부部로 나뉜다.
제1부 '기초 개념'제1~2회에서는 녹색기술과 청색기술의 정의, 차이, 그리고 탄소발자국의 측정법을 다룬다. 탄소를 이해하는 출발점이다.
제2부 '에너지 전환'제3~5회에서는 재생에너지, 수소경제, 생체모방기술을 살핀다. 에너지의 미래가 어디를 향하는지, 자연의 설계 원리가 어떻게 산업에 적용되는지를 보여준다.
제3부 '산업과 인프라'제6~7회에서는 전기차·배터리와 스마트 그리드를 다룬다. 에너지 전환이 도로와 전력망 위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짚는다.
제4부 '탄소 시장과 정책'제8~9회에서는 탄소배출권K-ETS과 CBAM을 분석한다. 탄소에 가격이 매겨지는 원리와, 수출 기업의 생존 전략을 제시한다.
제5부 '순환과 투자'제10~11회에서는 순환경제와 기후기술 투자의 흐름을 추적한다. 돈이 어디로 흐르는지가 곧 미래의 방향이다.
제6부 '융합과 미래'제12회에서는 녹색기술 × 청색기술 × AI의 융합 비전을 제시하며, 2026년부터 2050년까지의 로드맵을 그린다.
부록 '누구나 작성하는 탄소장부 만들기'는 이 책의 특별한 장이다. 가정의 전기·가스·수도 고지서로 탄소장부를 작성하는 공식, 중소기업이 영수증으로 Scope 1+2를 산정하는 방법, 5인 이하 제조업의 탄소절감 실천법, 재활용 품목별 탄소절감 효과까지 — 초등학생부터 기업인까지 오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가이드를 담았다.
측정이 변화의 시작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독자는 세 가지를 할 수 있게 된다.
첫째, 기후기술의 지형을 읽을 수 있다. 녹색기술과 청색기술의 차이, ESG와 탄소시장의 구조, CBAM의 영향, AI와 생체모방의 융합 — 파편적으로 떠돌던 정보가 하나의 지도로 연결된다.
둘째, 탄소를 숫자로 말할 수 있다. 우리 집의 월간 탄소배출량, 우리 회사의 Scope 1+2, 재활용 한 캔이 절감하는 CO₂ — 추상적이던 '탄소중립'이 구체적인 숫자가 된다.
셋째,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다. 고지서 한 장으로 탄소장부를 시작하고, 알루미늄 캔 하나를 분리배출하며, 전기밥솥 보온 시간을 줄이는 것 — 작지만 측정 가능한 행동이 변화의 시작이다.
전 국민 5,100만 명이 1인당 연간 1톤의 CO₂만 줄여도 5,100만 톤, 한국 총배출량의 8.5%를 줄일 수 있다. 거대한 전환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한 사람의 탄소장부에서 시작된다.
이 책이 그 첫 장을 여는 도구가 되기를 바란다.
2026년 9월
최봉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