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아이가 남기고 간 마지막 이야기를, 책으로 묶어드립니다.」
반려동물 장례식장에서 유골함과 함께 크림색 명함 한 장을 건네받는 사람들이 있다. 대개는 주머니에 구겨 넣고 잊는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도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이어지면, 어느 새벽에 그 종이를 다시 펴 보게 된다. 거기 적힌 주소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10-3번지. 내부순환로가 하늘을 절반쯤 가린 동네, 홍제천 산책로 곁의 붉은 벽돌 이층집이다.
낮에는 등이 떨어진 요리책과 찢어진 아이 그림을 고치는 작은 수선 공방. 그러나 해가 기울면 이 가게는 다른 일을 한다.
주인 한선우는 떠난 동물이 제 물건에 흘려 놓고 간 마지막 마음을 읽는다. 밥그릇에서, 횃대에서, 쳇바퀴에서, 낡은 목줄에서. 그리고 그것을 백 년이 지나도 등이 갈라지지 않는 책 한 권으로 묶어 남은 사람에게 건넨다. 다만 그 일에는 값이 있다. 두부의 밤을 읽은 날 그는 심장을 앓았고, 초록이의 침묵을 읽은 날에는 사흘 동안 귀가 울렸다.
그가 읽어내는 것은 완전한 이야기가 아니다. 동물의 기억에는 사람의 이름도, 글자도, 숫자도 없다. 건너오는 것은 냄새와 소리와 진동과 온도뿐이다. 그래서 그는 매번 손님 앞에서 같은 말을 먼저 한다. 제가 읽는 건 손님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그 아이가 실제로 남긴 것입니다. 그 둘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문을 두드리는 손님들은 저마다 하나의 질문을 안고 온다. 마지막 밤에 짖던 소리가 무엇이었는지 묻는 여자. 이레 동안 입을 닫은 앵무새에게 미움받았을까 두려운 노인. 좁은 케이지가 미안해 잠을 못 자는 열한 살. 십사 년을 함께 살았는데 자신은 그 애에게 무엇이었는지 모르겠다는 남자. 은퇴 삼 주 만에 떠난 군견의 핸들러. 그리고 번호로 태어나 이름 없이 죽을 뻔한 개 한 마리.
그러나 이 가게에도 열지 못하는 서랍이 하나 있다. 삼 년 동안 아무 말도 건네오지 않는 목줄 하나가 그 안에 있다. 남의 아이들 마지막은 다 읽으면서, 정작 제 아이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