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그 약속부터 틀렸다.
서른넷, 윤서진에게 결혼은 인생의 필수 조건이 아니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자신의 분야에서 자리를 잡았고, 혼자 보내는 저녁에도 익숙했다. 부모님의 결혼 압박과 친구들의 걱정 어린 시선쯤은 웃으며 넘길 수 있었다.
그런 서진 앞에 어느 날 황당한 제안이 떨어진다.
“딱 1년만 내 아내가 되어줘요.”
제안한 사람은 냉정한 판단력과 빈틈없는 일 처리로 유명한 투자회사 대표 강도현.
그에게는 반드시 결혼한 사람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고, 서진에게도 그 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사정이 있었다.
두 사람은 결국 사랑 대신 조건을 선택한다.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을 것.
서로에게 감정을 요구하지 않을 것.
진짜 부부처럼 행동해야 할 때는 완벽하게 연기할 것.
그리고 정확히 1년 뒤, 미련 없이 헤어질 것.
처음에는 쉬울 줄 알았다.
그저 같은 집에서 살고, 필요한 순간에 손을 잡고, 사람들 앞에서 다정한 부부인 척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계약서에는 적혀 있지 않은 순간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한다.
야근하고 돌아온 밤, 식탁 위에 놓인 따뜻한 저녁.
감기에 걸린 날, 밤새 곁을 지키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남자.
가족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편이 되어주는 손길.
그리고 다른 남자가 서진에게 다가온 순간, 처음으로 흔들리는 도현의 눈빛.
“질투해요?”
장난처럼 물었을 뿐인데 그가 한 걸음 가까워졌다.
“그 질문에 대답하면 우리 계약, 지킬 수 있겠어요?”
사랑하지 않기로 약속했기에 더 조심스러운 두 사람.
끝나는 날짜를 알고 있기에 평범한 아침 한 번, 우연히 맞닿은 손끝 한 번조차 특별해진다.
서른을 지나며 사랑보다 현실을 먼저 계산하게 된 당신이라면, 어쩌면 이들의 망설임이 낯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를 다시 믿는 일.
내 마음을 먼저 보여주는 일.
그리고 조건이 아니라 오직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