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모두가 버리는 깨진 항아리를 돈 주고 사 모으는 과부 윤서화를 ‘바보 과부’라 불렀습니다.
남편을 잃고 아홉 살 딸 연이와 살아가는 서화에게 남은 것은 작은 초가집과 빚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서화는 장터에 나갈 때마다 깨진 옹기 조각을 하나하나 살피며 골랐습니다.
사람들에게는 아무 쓸모도 없어 보이는 조각들이었지만 서화의 눈에는 달랐습니다.
어린 시절 옹기장이었던 아버지에게서 흙과 물의 성질을 배운 서화는 깨진 항아리에도 아직 새로운 쓰임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 거센 폭우가 마을을 덮칩니다.
불어난 물은 집과 논을 삼키기 시작하고, 오래전에 막혀버린 물길 때문에 마을 전체가 위험에 놓입니다.
그 순간 사람들이 비웃으며 버렸던 깨진 옹기 조각들이 뜻밖의 역할을 하기 시작합니다.
서화가 밤마다 땅을 파고 조각을 묻었던 이유가 하나둘 드러나고, 땅속에서는 오래전에 잊힌 물길과 함께 감춰져 있던 비밀도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마을의 부농 최덕수가 오랫동안 숨겨온 욕심까지 밝혀지면서 서화와 마을 사람들은 새로운 선택 앞에 서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깨진 항아리의 쓰임을 찾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쓸모없다고 여겨진 것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눈, 어려움 앞에서도 스스로 생각하고 다시 살아갈 길을 찾는 힘, 그리고 한 사람이 얻은 지혜를 이웃과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깨진 것은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가능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옛이야기와 민담이 지닌 따뜻한 정서를 바탕으로 새롭게 만든 창작 민담입니다.
한 여인의 조용한 지혜가 어떻게 자신과 딸을 지키고, 한 마을의 물길을 열고, 사람들의 마음까지 바꾸어가는지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깨졌다고 끝난 것은 아닙니다.
세상에는 아직 그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한 귀한 것들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