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가, 서른 해 늦게 왔다.
쉰둘의 봄, 윤서진에게 낡은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
아이들이 하나둘 제 삶을 찾아 떠나고, 이제야 조금은 자신을 위해 살아도 되겠다고 생각하던 어느 날이었다. 빛바랜 봉투 위에 적힌 이름을 보는 순간, 서진의 시간은 삼십 년 전으로 돌아간다.
강도현.
스물두 살의 서진이 누구보다 사랑했지만, 제대로 된 작별 한마디조차 하지 못한 채 헤어졌던 첫사랑.
떨리는 손으로 펼친 편지에는 서진이 평생 알지 못했던 고백이 적혀 있었다.
“나는 그날에도, 그 뒤로도 너를 좋아했다.”
왜 이 편지는 삼십 년 동안 그녀에게 오지 못했을까.
왜 도현은 아무 말도 없이 사라졌을까.
그리고 왜 하필 지금, 모든 것이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 나이에 도착한 걸까.
서진은 애써 편지를 서랍 속에 넣는다. 지나간 사랑일 뿐이라고, 쉰이 넘은 나이에 첫사랑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는 건 우스운 일이라고 자신을 달랜다.
하지만 마음은 나이를 먹지 않았다.
함께 걷던 골목, 처음 손을 잡았던 날, 차마 말하지 못했던 마음까지. 잊었다고 믿었던 순간들이 하나씩 되살아난다.
그리고 며칠 뒤.
서진의 눈앞에 삼십 년 동안 기억 속에서만 살아 있던 남자, 강도현이 나타난다.
세월은 두 사람의 얼굴을 바꾸어 놓았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그때와 다르지 않았다.
“서진아, 이번에는 내 말 끝까지 들어줄래?”
삼십 년 전 엇갈려 버린 두 사람에게 다시 찾아온 사랑. 그러나 지나온 세월만큼 두 사람에게는 각자의 가족과 책임, 상처와 망설임이 남아 있다.
젊은 날처럼 사랑 하나만 보고 달려갈 수는 없지만, 이제는 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자신의 마음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을.
자녀를 위해, 가족을 위해, 누군가의 아내와 엄마로 살아온 시간이 길었다면 이제 잠시 자신의 이름으로 사랑을 꿈꿔도 좋다.
첫사랑을 다시 만나는 두근거림과 삼십 년 묵은 오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