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4년, 쉰일곱 살의 한 여인이 펜을 들었다. 왕실이나 귀족이 아닌, 평생 남의 집 부엌과 응접실을 청소하며 살아온 어느 하녀의 손으로 쓰인 이 책은, 당시로서는 극히 드문 기록이었다. 여성 하인이라는, 존재하되 기록되지 않는 계층의 목소리를 당사자가 직접 남긴 것이다.
메리 앤 애쉬퍼드는 열두 살에 부모를 모두 여의고 완전한 고아가 된다. 친척들은 재봉사나 모자 상인의 도제로 그녀를 보내려 했지만, 소녀는 스스로 하녀살이를 선택한다. 그렇게 시작된 열일곱 해의 고된 노동. 굶주림, 인색한 안주인, 부당한 해고, 위태로웠던 첫 청혼까지, 그녀의 삶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고생담이 아니다. 갓 태어난 딸이 우연히 켄트 공작 부부의 눈에 띄어, 훗날 빅토리아 여왕이 될 왕세손비의 이름을 물려받는 장면, 그리고 두 번째 남편이 스물한 해의 성실한 봉직 끝에 단 엿새 만에 부당해고를 당하자 왕비에게 직접 청원서를 올려 끝내 정의를 되찾아 내는 장면에 이르기까지, 평범한 여성이 시대의 흐름과 스치고 맞서는 순간들이 곳곳에 담겨 있다.
화려한 수사도, 극적인 반전도 없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이 기록이야말로, 200년 가까운 시간을 건너 오늘의 독자에게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