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랫동안‘좋은 양육’이라는 말을 비교적 명확한 기준으로 이해해 왔다. 부족함 없는 환경, 안정된 생활, 아이의 미래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태도.
이러한 요소들은 분명 아이의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이다.
그래서 많은 부모는 더 나은 조건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더 좋은 교육을 제공하고, 더 안전한 환경을 마련하며, 아이가 겪을 수 있는 불편을 최소화하려 애쓴다.
그 과정에서 부모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는가.”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 답은 어느 정도 확신에 가깝다.
그러나 모든 것이 갖추어진 것처럼 보이는 이 풍경 속에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놓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는 과연 그 충분함을‘느끼고’ 있는가.
배고픔이 없고, 필요한 것이 채워지는 삶이 곧 정서적 충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채워진 조건이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떤 감정을 경험하고 있는가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결핍이 모습을 드러낸다. 정서적 방임은 결코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무 문제도 없어 보이는 일상 속에서 조용히 자리 잡는다. 부모는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느끼지만, 아이는 설명하기 어려운 공허함을 경험한다.
배고프지 않았고, 필요한 물건도 있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채워지지 않는 빈 공간이 남는다. 그 공허함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왜 생겨났는지를 명확히 알기 어려운 상태. 이것이 바로‘보이지 않는 결핍’의 시작이다.
이 글은 그 보이지 않는 영역을 들여다보려는 시도다.
경제적 충족과 정서적 결핍 사이에서 자라난 아이들의 내면은 어떤 모습인지, 그들이 경험하는 감정은 무엇이며, 그것이 성장 과정에서 어떤 흔적으로 남는지를 천천히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이러한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 부모는 왜 그것을 놓치게 되는지, 그리고 이 구조가 어떻게 반복되는지를 함께 탐색하려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이야기가 특정한 누군가를 지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 보지 못했던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 글은 바로 그‘보지 못했던 부분’을 드러내고, 그것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제안하려 한다.
그리고 그 끝에는 하나의 가능성이 있다. 보이지 않는 결핍은 인식되는 순간, 더 이상 완전히 보이지 않는 상태로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이해되고, 다뤄질 수 있으며, 새로운 방식으로 채워질 수 있는 영역으로 이동한다. 이 글은 그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서현제에서
송면규 Ph.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