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학생을 가르치면서 접하게 되는 법학의 편린들은 법에 대한 체계적 이해와 달리 법률가로서의 진솔한 나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지난 학기 전남대에서 김연미 교수님, 동학의 학도들과 함께한 자연법에 대한 이해 시간은 칼 엥기쉬의 향기에 취하게도 하고, 법의 해석에 관한 세미나 시간은여전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공부할 필요가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하였다. 오세혁, 법학방법론, 박영사, 2024, R. Dworkin, 법의 제국장영민 옮김,아카넷, 2004, R. Dworkin, 자유의 법이민열 옮김, 미지북스, 2019, 칼 엥기쉬, 법학방법론안법영, 윤재왕 옮김, 세창, M. Nussbaum, 시적 정의 궁리, 2024 등 김연미 교수님이 소개해 주신 책들은 두고 두고 읽어 볼 계획이다. 세미나 참고자료로 개시된 4편의 논문들은 법철학이 실체 판례에 미치는 영향을 느낄 수 있게 하였고, 법학이라는 것이 삼단논법에 기반하면서도, 법학이 기반하고 있는 삼단논법 자체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도 하였다.
한편 전남대 학장인 유전철 교수님의 지도하에 같이 한 형사법 판례연구는 독일의 형사법철학과 우리 판례법을 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헨리 하트 주니어Henry Hart Jr.의 형사법 철학을 주제로 간략한 보고서를 작성해 보았는데, 오래전 공부한 형사법을 다시 음미해 볼 수 있어 젊어진 느낌이다. 임병석 교수님과 함께 한 민사판례연구 세미나는 채권자대위와 변제자대위 제도를 주제로 하였는데, 관련 대법원 판례를 연구하고 평석하다 보니, 나도 다시 변호사 개업을 해도 될 것 같아 내심 흐뭇하기도 하였다. 학문의 바다가 넓은 것은 차치하고, 평생 헌법과 국제법을 통하여 법이 개념을 천착하던 학도로서 드넓은 법학 영역을 헤맬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세분 교수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1년여 경험한 법철학, 형사법, 민사법의 편린들을 보아 법학의 편린들이란 제목으로 작은 책자를 출간하게 되었다. 그리고 조선대 법학교수와 법학도로서 시간이 날때보다 적어 둔 수필집 “길따라 바람따라”는 지난 1년의 일상과 법률가의 느낌을 담아 놓은 글이다. 이 모든 것이 필자에게는 매우 생명력있는 경험이었는데, 독자들에게는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일독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