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저에게 일종의 경외감이었습니다. 저를 압도한 것은 에펠탑의 높이가 아니라, 골목 하나하나에 깊게 배어 있는 역사의 숨결과 인문학적 깊이였습니다. 파리 구석구석을 수백 번 산책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파리는 여행자에게 두 개의 얼굴을 보여줍니다. 하나는 엽서 속 파리이고, 다른 하나는 걷는 사람의 보폭에 맞춰 다르게 다가오는 파리입니다. 이 책은 그 두 번째 얼굴, 즉 엽서 뒤에 숨겨진 진짜 파리를 만나러 가는 파리 인문화 산책서입니다. 파리는 구경하는 도시가 아니라, 읽어야 하는 도시입니다. 그 문장들은 건물의 파사드에 새겨져 있고, 골목의 이름 속에 숨어 있으며, 이른 아침 빈 광장을 가로지르는 바람 속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당신이 처음 파리를 여행하는 사람이든, 수십 번 다녀온 사람이든 상관없습니다. 파리는 사랑하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다르게 보이는 도시이며, 볼 때마다 어제와 다른 표정을 짓는 도시입니다. 저는 지금도 파리의 어느 골목에서 여전히 처음 보는 것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길을 잃는 것은 실패가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이 도시가 감추어 둔 다양한 층위에 다가가는 방법입니다. 계획되지 않은 골목 모퉁이에서 우연히 만난 오래된 카페,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막다른 골목, 간판이 잘 안보이는 빵집에서 풍겨 나오는 고소한 버터 냄새, 이 우연의 순간들이야말로 어떤 유명한 관광 명소보다 파리를 진짜 파리답게 만들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