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81년, 조국의 남북을 모두 잃고 있는 나그네가 13년간 눈물로 기록한 하나님의 마음
‘내가 그딴 걸 왜 믿습니까?’ 북송된 보위부 감옥, 살기 위해 반사적으로 주님을 세 번 부인해야 했던 부끄러움과 공포. “네가 북쪽을 대신하여, 남쪽에 6.25 전쟁에 대해 용서를 구하라.”는 시대적 명령. 그리고 ‘서울한양도성성곽길’ 18.6km를 걸으며 한 명의 시민이자 이웃으로 함께 했던 13년 기도의 제단. 여기에는 그 어떤 정치적 프레임이나 교리적 포장으로도 가둘 수 없는, 한 ‘나그네’의 날 것 그대로의 울부짖음이 있다. 북녘땅에서 태어나 그곳의 교만과 죄악이 빚어낸 황폐함을 뼈저리게 겪었고, 목숨을 걸고 찾아온 남녘땅에서 풍요라는 우상 뒤에 감추어진 거대한 영적 기만과 기갈, 위선을 목격한 저자. 스스로를 ‘두 개의 조국을 잃고 있는 나그네’라 부르는 한 남자의 치열하고도 거룩한 여정이 마침내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온다.
1. “제가 북쪽을 대신해 사죄드립니다” — 깨어진 무릎으로 여는 화해의 문
이 책은 단순한 탈북민의 생존 수기나 북쪽 정권에 대한 고발장이 아니다. 오히려 남북의 이념 전쟁 한복판에서, 그 누구도 선뜻 꺼내지 못했던 ‘대신하여 구하는 용서’라는 폭탄 같은 선지자적 선포로 시작된다. “조국 코리아의 북쪽에서 태어난 후손으로서, 1950년 6월 25일 새벽 불법 남침으로 여러분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고 강산을 피로 물들였던 저의 참혹한 죄를 자복하며 진심어린 사죄말씀드립니다.” 사죄의 진정성을 삶으로 증명하기 위해, 저자는 어르신들과 어울리고, 요양보호사가 되어 전쟁의 아픔을 몸과 마음에 새긴 어르신들의 발을 닦고 대소변을 받아내는 길을 택했다.
2. “우상 숭배와 쇼룸showroom이 된 교회” — 잠든 남쪽교회를 향한 서늘한 경고
저자의 예언자적 시선은 북쪽의 김씨 왕조 붕괴보다 더 무서운 남쪽의 ‘소리 없는 영적 붕괴’를 정면으로 정조준 한다. 남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의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은 수천 개의 십자가들. 저자는 그것이 영혼을 구원하는 등대가 아니라, 복음의 순수성이 숨을 거둔 자리에 세워진 ‘종교의 묘비’이자 인간의 성공을 전시하는 ‘쇼룸'이 되어버렸다고 아프게 꼬집는다. OECD 자살률 20여 년째 1위, 돈을 위해 안전과 생명을 버린 세월호의 참사, 부모의 부양마저 효율성으로 외주화한 실버 산업의 민낯. 이념과 지역, 세대, 계층, 젠더, 종교의 극단적인 분열,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맘몬의 신전 아래에서 신음하며 스스로를 감옥에 가둔 54만 명의 청년들을 방치한 채, 자기만의 구원과 위로, 자기 교회만의 부흥과 축복만을 구하는 이기적인 기도는 예레미야가 성전 문 앞에서 외쳤던 “도적의 소굴”과 다름없다는 서늘한 폭로다.
또한 저자는 남쪽교회가 외치는 ‘복음통일’ 이면의 탐욕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그것은 복음의 전파가 아니라 자신들이 가진 지독한 교권주의와 진영 논리, 자본주의적 가치관을 북쪽으로 수출하려는 ‘영적 식민주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곁에 와 있는 3만 5천 여명의 탈북민조차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면서, 교단들끼리도 서로 하나가 되지 못하면서 2천 5백만 북한 주민과의 통일을 노래하는 것은 지독한 자기기만이며,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민족공동체에 대재앙이 될 뿐이라고 단호하게 경고한다.
3. “제사장 나라 코리아” — 어둠을 뚫고 오는 새벽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