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履歷
내딛는 발걸음이 예민해집니다.
할 수 있다면 옆으로 비틀어 보고 싶지만, 세월이 철벽처럼 앞을 막고 있습니다.
붙들고 싶은 게 많아서일까요? 개똥밭이라도 이승이 낫다고 그렇습니다만
돌아보면 딱히 짚이는 게 없어요.
거짓말같이
까마득한 절벽, 가 보지 않은 길, 두려움 때문일까요?
한가하면 불안해집니다. 일흔 넘은 나이에 매듭을 시작해서 소문난 프로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주 신선했습니다.
한창 젊었을 때 요양원에 오래 있었답니다. 이른 나이에 나를 목전에 두고 전쟁을 모질게 겪었지요.
보내지 못한 연애편지, 어쩌다 쓴 일기, 시 같지 않은 시, 등등 그때 쓴 글 한 뭉치, 어머니가 아궁이에 넣어버렸죠
소질 있다고 그랬는데,
쓰잘머리 없다고 엉뚱한 곳에 힘쓰지 말고, 밥 먹는 일이나 배우라고 해서 버렸죠. 사치였으니까요
이리 구르고 저리 굴리며 여태 살았습니다. 참, 용하다. 생각해요.
취미 삼아 쓴 글이라 매끄럽게 다듬어진 글은 아닙니다만
저 사람 뭐 하는 거니
못 들은 거니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드러납니다.
지금, 지금을 지우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