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작가 요제프 로트의 장편소설 『호텔 사보이 Hotel Savoy』는 폴란드의 중부 도시 우치에 있는 사보이 호텔이 배경이다. 우치는 한때 러시아 제국의 일부였으며, 독일계와 유대계 주민들이 많이 사는 도시이다. 이 소설의 시대 배경인 1919년에는 다시 폴란드의 영토로 귀속되었다.
주인공 가브리엘 단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군인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시베리아 포로수용소에서 나와 러시아의 여러 지역을 떠돌던 그는 고향을 향해 가는 도중에 사보이 호텔에 투숙한다.
오랜 전쟁과 고된 수용소 생활에 지친 가브리엘에게 사보이 호텔은 그가 필요한 모든 걸 제공하는 듯 보였다.
‘물과 비누를 맘대로 쓸 수 있고 수세식 화장실에 엘리베이터가 있다. 하얀 모자를 쓴 여종업원들이 있다.’
하지만 돈이 없는 그에게는 이 호텔에서 최악의 상태인 7층 방이 배정되었다. 7층은 복도가 미로 같이 생겼으며 꿈을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묵고 있었다. 숙박비조차 제대로 결제하지 못할 처지로 방치된 인간들이 많았다.
작가 요제프 로트는 이 호텔이 전쟁으로 엉망진창이 된 사회 상황을 반영한다고 보았다. 1층에서 4층까지 큰 객실에 투숙한 손님들은 잘 먹고 잘사는 사람들이다. 한편, 궁색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은 지저분하고 어두침침하며 자그마한 다락방 같은 7, 8층 객실에 투숙한다.
큰 전쟁이 끝나고 혼란한 시절, 대형 호텔이라는 화려한 공간, 같은 호텔에 숙박하지만 채울 수 없는 빈부 격차가 뚜렷한 사람들, 이들이 투숙한 호텔 사보이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에피소드와 슬픈 이야기를 담았다.
현실은 어둡고 미래도 불투명하지만 보다 나은 삶을 꿈꾸며 살아가는 참전 군인, 유흥 업소 무용수, 어릿광대, 공장 노동자, 실패한 예술가들의 애환과 희망을 담담하게 그렸으며 공장주, 부동산업자, 의사, 호텔 소유주, 백만장자 등 사회 최상층의 욕망과 부도덕성, 집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