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 관심을 갖고 10년동안 이 분야에 10여권의 책을 써 온 저자가 펴낸 새로운 책이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말을 듣는다. 정치인의 연설, 외교관의 공동성명, 기자의 기사, 법률가의 변론, 관료의 발표, 기업의 광고, 전문가의 분석까지 우리의 판단과 선택은 끊임없이 누군가의 말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는 대개 말의 내용만 확인할 뿐, 그 말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는 충분히 살펴보지 않는다.
같은 사실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현실처럼 보일 수 있다. 이름을 바꾸면 대상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질문을 바꾸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향도 달라진다. 숫자는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어떤 숫자를 선택하고 무엇과 비교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지며, 전문가의 이름은 하나의 주장에 예상보다 훨씬 강한 권위를 부여한다.
이 책은 바로 그 말의 구조를 분석한다.
정치인이 왜 명확한 답 대신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는지, 왜 중요한 질문에 직접 답하지 않는지, 왜 “검토하겠다”는 말이 때로는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 되는지 살펴본다. 외교관이 왜 “아니다”라고 말하는 대신 다양한 강도의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는지, 공동성명은 왜 누구나 읽을 수 있지만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으로 만들어지는지도 분석한다.
그러나 말의 힘은 말한 것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가, 무엇을 생략했는가, 누가 침묵하고 있는가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침묵은 단순한 말의 부재가 아니라 때로는 정보를 통제하고 책임을 늦추며 사람들의 판단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끄는 권력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또한 사람들이 왜 특정한 말을 믿는지를 살펴본다. 인간은 공포와 희망에 반응하고, 권위 있는 사람의 말을 신뢰하며, 반복적으로 접한 이미지에 익숙해지고, 복잡한 현실을 하나의 이야기로 정리하려는 경향이 있다. 광고가 상품의 장점을 직접 설명하지 않고 행복과 성공, 자유와 아름다움의 이미지를 상품에 연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설득은 단순히 상대에게 무엇인가를 주장하는 행위가 아니다. 상대가 무엇을 보게 할 것인지, 무엇을 믿게 할 것인지, 무엇을 원하게 할 것인지, 무엇을 질문하지 않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말의 기술, 권력의 기술》은 어려운 수사학 이론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정치와 언론, 외교와 법률, 행정과 기업, 광고와 전문가의 언어를 통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말의 구조를 해부한다. 독자는 이 책을 읽은 뒤부터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 단순히 “무슨 말을 했는가”만 묻지 않게 될 것이다.
왜 이렇게 말했는가.
왜 이 단어를 선택했는가.
무엇을 강조했는가.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이 말로 누가 무엇을 얻는가.
말을 의심한다는 것은 모든 말을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말이 현실을 구성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이 만들어준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며, 자신의 판단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스스로 확인하는 것이다.
말을 읽는 능력이 곧 현실을 읽는 능력이 되는 시대다. 이 책은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의심하지 않았던 말의 구조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