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법철학의 거장 로널드 드워킨Ronald Dworkin의 대표작 「원칙의 문제」는 법실증주의의 규칙 중심적 법 설명을 비판하며, 법적 판단에서 원칙과 도덕적 가치가 갖는 의미를 치밀하게 논증한 저작이다.
드워킨은 법관이 법적 판단을 내릴 때 명시된 법규칙만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공정성·적법절차 등의 원칙과 개인의 권리를 함께 고려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법적 권리를 둘러싼 난해한 사건에서 법관의 판단은 단순한 재량의 행사가 아니라, 공동체가 공유해 온 정치적·도덕적 원칙을 해석하는 작업이라고 본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법과 도덕의 관계, 법적 권리, 사법적 판단, 정치적 평등,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등 현대 사회의 핵심적인 논쟁을 폭넓게 다루는 이 책은, 로널드 드워킨의 핵심 법철학을 법의 정치적 기반, 법 해석, 자유주의와 정의, 경제적 관점, 역차별, 표현의 자유라는 여섯 가지 쟁점을 따라 논의한다. 제1부에서는 법의 지배와 정치적 판단의 관계를 다루며, 제2부에서는 드워킨 법철학의 핵심인 법적 해석론을 본격적으로 전개한다. 제3부에서는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평등의 문제를 다룬다. 또한 제4부에서는 법과 경제학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경제적 효율성과 개인의 권리·정의가 충돌할 때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제5부에서는 미국의 유명한 배키 사건과 민권법을 분석하면서 ‘평등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리고 ‘국가가 과거의 차별을 바로잡기 위해 차별적 기준을 사용할 수 있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마지막 제6부에서는 포르노그래피, 기자의 취재원 보호, 언론의 자유에 관한 사례를 통해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탐구한다.
「원칙의 문제」가 처음 출간된 지 40년이 넘었지만,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오히려 오늘날 더욱 현실적인 문제가 되었다. 법과 정책의 경계, 사법부의 역할, 다수결과 소수자의 권리, 평등과 차별, 표현의 자유와 검열, 경제적 효율성과 정의의 관계는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논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적 합의가 약해지고 정치적·도덕적 견해의 충돌이 심화될수록 ‘무엇이 옳은가’라는 질문을 단순히 다수의 선택이나 효율성의 문제로 환원할 수 있는지 되묻게 된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법과 도덕, 권리와 정의, 자유와 평등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묻는다.
따라서 법학과 철학을 공부하는 연구자와 학생은 물론, 헌법과 사법제도, 민주주의와 정의의 문제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현대 법철학의 핵심 논쟁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 윤리와 법적 규범을 둘러싸고 ‘공정하다’는 것의 의미가 매우 중요한 논쟁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평등’, ‘정의’, ‘차별’에 관한 드워킨의 원칙론은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