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은 언제나 '지금 여기'의 학문처럼 보인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첨단 의료—정밀한 영상 진단, 유전자 치료, 로봇 수술, 그리고 손목 위의 웨어러블 기기—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류가 수천 년에 걸쳐 몸과 질병을 이해하려 애써 온, 길고 굴곡진 여정의 결과물이다.
이 책은 그 여정을 다섯 장에 걸쳐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낸다. 1장은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와 히포크라테스의 관찰에서 출발해 베살리우스와 하비를 거쳐 근대 의학의 문턱에 이르는 길을 그린다. 2장은 세균설 확립 이후 의학이 이룬 눈부신 도약과, 그 도약의 이면에 자리한 두 차례 세계대전과 비인간적 인체실험이라는 어두운 역사를 정면으로 다룬다. 3장은 항생제·영상의학·분자생물학·장기이식·디지털 기술이 의학과 결합하며 만들어낸 혁신을, 4장은 의료가 소수의 특권에서 인류 보편의 권리로 확장되어 온 150여 년의 제도적 투쟁을 살펴본다. 그리고 마지막 5장에서는 지금 막 태동하고 있는 '피지컬AI'가 의료 현장에 가져올 변화와 그 명암을 함께 조망한다.
이 책의 미덕은 의학의 발전을 무조건적인 진보의 서사로 그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세균설의 확립이라는 성취 바로 다음 장에서, 저자는 그 발전이 인체실험이라는 인류사의 가장 어두운 페이지와 맞닿아 있었다는 불편한 진실을 피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반성 위에서 확립된 연구윤리 원칙이, 오늘날 피지컬AI라는 새로운 기술 앞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나침반임을 보여준다.
비교문학과 미디어콘텐츠학을 연구하며 최근에는 의료인공지능 연구팀의 일원으로 병원 현장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는 저자의 이력은, 인문학적 통찰과 기술 현장에 대한 이해를 함께 갖춘 이 책의 독특한 시각을 뒷받침한다. 의학사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는 물론, 보건의료 정책 실무자, 그리고 다가올 기술 변화를 인문학적으로 성찰하고 싶은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의학의 역사를 하나의 통합된 이야기로 이해하고 싶은 독자
신기술이 의료 현장에 도입될 때 따라오는 윤리적 쟁점에 관심 있는 독자
보건의료 정책이나 의료 인공지능 분야에 종사하는 실무자
피지컬AI, 로봇공학 등 최신 기술 동향을 인문학적 맥락에서 이해하고 싶은 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