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작품을 오래 읽었다고 해서 그 작품의 힘을 자기 문장으로 옮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입 속의 검은 잎』, 불안을 공간에 새기다은 바로 그 간격에서 출발한다. 부제에 제시된 장면의 생략, 공간과 감각, 종결의 잔향을 중심으로 무엇을 보아야 하고 무엇을 그대로 가져오면 안 되는지 분명히 나눈다.
초반의 「낮의 분류장에 남는 틈」과 「공간을 나누는 감각」에서는 화자와 이미지, 문장의 호흡이 독자의 감각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핀다. 시를 감정의 이름이나 아름다운 표현의 목록으로 줄이지 않고, 어떤 위치에서 말하고 어디에서 멈추며 어떤 이미지가 다음 이미지와 작용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추적한다.
중반의 「설명을 지운 수정」에 이르면 읽기는 수정 작업으로 넘어간다. 추상적인 설명을 덜어 내고 행동과 감각을 남기는 법, 독자가 추론할 여백을 확보하는 법, 원작의 인물과 사건을 복제하지 않으면서도 배운 원리를 새 설정과 새 인물에 적용하는 법을 비교한다. 초안과 수정안을 나란히 놓는 방식은 막연한 “잘 쓴 문장”보다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보게 한다.
후반의 「소리 이후의 독자」은 한 작품을 읽은 경험을 독자의 창작 규칙으로 정리한다. 같은 장치를 다른 장르에 옮겼을 때 무엇이 유지되고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점검하고, 해석과 사실, 영향과 모사의 경계를 구분한다. 그래서 이 책의 목표는 원작과 비슷한 글 한 편을 만드는 데 있지 않고, 다음 작품을 읽고 쓸 때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을 남기는 데 있다.
『입 속의 검은 잎』, 불안을 공간에 새기다은 작품 해설을 즐기는 독자, 소설이나 시를 직접 쓰기 시작한 사람, 읽은 작품의 힘을 자기 언어로 설명하고 싶은 사람에게 맞는다. 한 장을 읽을 때마다 “무엇이 좋았는가”에서 멈추지 않고 “어떤 조건이 이 효과를 만들었고, 내 글에서는 무엇을 다르게 설계해야 하는가”까지 묻게 된다. 원작을 다시 읽게 하면서도 독립적인 창작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 그 두 방향을 함께 붙드는 수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