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월기山月記』는 나카지마 아쓰시가 「문자화」와 함께 1942년 문예지 『문학계』에 발표하며 문단에 처음 이름을 알린 작품으로, 오늘날까지 일본 중고교 국어 교과서에 가장 자주 실리는 근대 단편소설로 꼽힌다. 중국 당대唐代의 전기소설 『인호전人虎伝』을 원작으로 삼되, 나카지마 특유의 한문 훈독조 문체와 예리한 심리 묘사를 더해 완전히 새로운 근대문학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뛰어난 재능을 지녔으나 관직을 버리고 시인이 되고자 했던 이징李徴은, 끝내 이름을 이루지 못한 채 홀연히 종적을 감춘다. 몇 해 뒤 옛 친구 원참袁傪이 깊은 산속을 지나다 우연히 사람의 말을 하는 한 마리 호랑이와 마주치는데, 그 정체는 다름 아닌 이징이었다. 어둠 속에서 몸을 숨긴 채 자신이 왜 짐승으로 변했는지를 토로하는 이징의 고백이 이 작품의 심장부를 이룬다.
"겁 많은 자존심과 오만한 수치심"이라는 이징 자신의 말은 지금까지도 널리 인용되는 명구로 남아 있다. 재능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과, 그 재능이 세상에 미치지 못할까 두려워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격리시킨 나약함 — 이 두 감정이 어떻게 한 인간을 서서히 짐승으로 전락시키는지를 짧은 우화 속에 응축해 낸 작품으로, 예술가와 지식인의 자의식을 다룬 근대 일본문학의 정수로 평가받는다.
이 전자책은 일본어 원문후리가나 포함과 주요 어휘 해설, 그리고 한국어 번역을 함께 수록해 원문 독해와 문학 감상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