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전名人伝』은 중국 고전 『열자列子』에 실린 짧은 고사를 바탕으로, 활쏘기의 극한을 좇는 한 남자의 일생을 통해 '진정한 기예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나카지마 아쓰시의 대표 우화소설이다. 짧은 분량 안에 기승전결이 정교하게 짜여 있어, 그의 작품 중에서도 완성도 높은 단편으로 손꼽힌다.
천하제일의 궁수가 되기로 마음먹은 기창紀昌은 당대 최고의 명궁 비위飛衛를 찾아가 혹독한 수련을 거친다. 눈 한 번 깜빡이지 않는 훈련부터 벼룩을 수레바퀴만 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훈련까지, 기창은 마침내 스승마저 능가하는 활 솜씨를 갖추게 된다. 그러나 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경지를 찾아 깊은 산속의 노스승 감승자甘蠅子를 찾아간다.
감승자 아래에서 수련을 거듭한 기창은 마침내 활도, 화살도 없이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하늘을 나는 새를 떨어뜨리는 '부사지사不射之射' — 쏘지 않고도 쏘는 경지 — 에 이른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노년에 이른 그는 정작 활이 무엇에 쓰는 도구인지조차 잊어버린 채 살아간다. 최고의 기예는 기예 자체를 초월한 곳, 즉 기교를 완전히 잊는 경지에 있다는 도가적 통찰을 담은 이 결말은 짧지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전자책은 일본어 원문후리가나 포함과 주요 어휘 해설, 한국어 번역을 함께 수록해 원문 독해와 문학 감상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