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화文字禍』는 『산월기』와 함께 1942년 「고담古譚」이라는 표제 아래 발표된 나카지마 아쓰시의 등단작 중 하나로, 고대 아시리아의 수도 니네베를 무대로 삼은 독특하고 실험적인 지적 우화다.
아시리아 왕은 나이 든 박사 나부아헤리딘에게 기이한 명을 내린다 — "문자에 정령이 깃들어 있는가를 밝혀내라." 박사는 점토판이 가득한 서고에 틀어박혀 문자의 기원과 본질을 탐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문자를 오래도록 들여다볼수록, 그는 낱낱의 글자가 낱낱의 사물로부터 분리되어 스스로 생명을 가진 듯 움직이는 기이한 감각에 사로잡히고, 정작 문자 이전에 알고 있던 사물의 실체와 감각은 점점 희미해져 간다.
문자와 기록이라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오래되고도 강력한 기술이 인간의 사고와 인식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어떻게 그것을 왜곡하고 갉아먹을 수 있는지를 그린 이 작품은, 짧은 분량 속에 지식과 문명에 대한 서늘한 회의를 담아낸다. 산월기와는 또 다른 결로, 나카지마 특유의 한학적 소양과 철학적 사유가 응축된 수작이다.
이 전자책은 일본어 원문후리가나 포함과 주요 어휘 해설, 한국어 번역을 함께 수록해 원문 독해와 문학 감상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