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릉李陵』은 나카지마 아쓰시의 유고작이자 그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 역사소설이다. 한나라와 흉노 사이의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뼈대로 삼아,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세 인물 — 이릉, 소무蘇武, 사마천司馬遷 — 의 운명을 교차시켜 충절과 치욕, 그리고 역사가 인간을 심판하는 방식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한다.
한나라의 젊은 장수 이릉은 5천의 보병만으로 흉노의 대군에 맞서 분전하지만 중과부적으로 포로가 되고, 결국 흉노에 항복한다. 한편 같은 시기 흉노 땅에 사신으로 갔다가 억류된 소무는 온갖 회유와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십수 년을 양치기로 연명하며 절개를 지킨다. 그리고 이릉을 홀로 변호하다 무제의 노여움을 사 궁형宮刑이라는 치욕스러운 형벌을 받은 사관 사마천은, 그 치욕을 딛고 불후의 역사서 『사기史記』를 완성해 나간다.
항복이냐 죽음이냐, 치욕을 견디느냐 스러지느냐 —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 마주하는 선택과 그 이후의 삶을 세 갈래로 나누어 냉철하게 조명한 이 작품은, 어느 한쪽을 미화하거나 단죄하지 않는 균형 잡힌 시선으로 인간 존엄에 대한 깊은 물음을 남긴다. 나카지마 특유의 격조 높은 한문맥 문체가 역사소설이라는 형식과 만나 가장 완성도 높은 결실을 맺은 작품이다.
이 전자책은 일본어 원문후리가나 포함과 주요 어휘 해설, 한국어 번역을 함께 수록해 원문 독해와 문학 감상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