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의 지성이 뒤엉켜 1913년 영국 문학 사상 가장 정교한 복합 트릭을 빚어냈다!
“이번 맨더슨 사건이
필립 트렌트의 최후 사건이 될 겁니다.”
“본질과 현상 사이에서, 우리가 아는 이 세상은 과연 얼마나 현명한 판정을 내릴 수 있을까?”
- 필립 트렌트의 회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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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C. 벤틀리가 1913년에 발표한 《트렌트 최후 사건》은 현대 추리소설의 흐름을 바꾼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세계적인 작가 G. K. 체스터턴에게 헌정된 이 소설은 셜록 홈즈로 대표되는 ‘냉철하고 결코 틀리지 않는 탐정’의 전통에 새로운 균열을 냈다. 벤틀리는 완벽한 추리 기계 대신 감정과 유머를 지니고 때로는 판단이 흔들리기도 하는 인간적인 탐정을 내세웠다. 이를 통해 추리소설이 단순한 범인 찾기를 넘어, 인간의 이성과 인식이 지닌 한계를 탐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미국 금융계의 거물 식스비 맨더슨이 영국의 조용한 시골 마을 말스톤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으면서 시작된다. ‘거인’이라 불릴 정도로 막대한 부와 권력을 거머쥔 맨더슨은 자신의 저택 화이트 게이블스 정원에서 왼쪽 눈에 총을 맞은 채 발견된다. 그의 죽음은 한 개인의 비극에 그치지 않았다. 비보가 대서양을 건너자 월스트리트를 비롯한 세계 증권가가 거세게 요동쳤고, 그의 영향력에 기대어 부를 좇던 수많은 투기꾼도 순식간에 파멸의 위기로 내몰렸다. 단 한 사람의 심장이 멎자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린다는 설정은 맨더슨이 생전에 얼마나 거대한 존재였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화이트 게이블스에 남겨진 흔적은 그 거대한 죽음과 어울리지 않을 만큼 사소하고 기묘했다. 평소 옷차림과 몸단장에 빈틈이 없던 맨더슨은 그날도 속옷과 장식 단추, 조끼와 회중시계까지 꼼꼼히 갖추고 머리의 가르마마저 정교하게 손질했다. 그런데 정작 외출할 때 반드시 착용하던 틀니는 침대 곁 유리 그릇에 남겨두었고, 구두끈은 급히 묶은 것처럼 엉성했다. 게다가 술을 거의 마시지 않던 그의 서재에서는 디캔터에 담겨 있던 위스키가 하룻밤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