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시간을 말한다.
시간이 흐른다.
시간이 부족하다.
시간이 지나면 늙는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런데 한 번쯤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우리는 정말 ‘시간’을 본 적이 있을까?
우리가 실제로 보는 것은 시계 바늘의 움직임이고, 지구의 회전이며, 계절의 변화다. 사과는 썩고, 사람은 늙으며, 별은 태어나고 사라진다.
우리가 시간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쩌면 이러한 변화를 비교하고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 낸 개념은 아닐까?
이 책은 이 단순한 의심에서 출발한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뉴턴에서 아인슈타인, 줄리안 바버, 카를로 로벨리에 이르기까지 시간에 관한 철학과 현대 물리학의 여러 관점을 살펴보고, 블록 우주, 상대성이론, 엔트로피, 시간의 화살, 창발하는 시간과 같은 문제들을 하나씩 따라간다.
그러나 이야기는 이론에만 머물지 않는다.
왜 즐거운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질까?
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라지는 것처럼 느껴질까?
냉장고는 음식의 시간을 늦추는 것일까?
노화를 되돌린다면 시간을 되돌렸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가 상상하는 진짜 타임머신은 가능할까?
익숙한 일상과 사고실험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변화’를 하나씩 분리해 보면,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해 온 시간이라는 개념이 조금씩 낯설어지기 시작한다.
이 책은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대신 하나의 질문을 제안한다.
시간이 흐르기 때문에 세상이 변하는 것일까?
아니면 세상이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시간이 흐른다’고 부르는 것일까?
물리학과 철학, 심리학과 일상의 경계를 오가며 시간이라는 가장 익숙하면서도 가장 수수께끼 같은 개념을 다시 생각해 보는 철학적 사고실험.
시계를 바라보는 순간에도,
우리는 정말 시간을 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변화를 보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