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서부의 황야는 넓고도 험준했다. 그곳은 법의 테두리보다 총구의 목소리가 더 컸고, 탐욕이 번번이 정의의 목덜미를 짓밟던 시대였다. 평화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있던 브라이언트 협곡에서 비극이 터져 나왔다. 텍사스 레인저 대원들이 무참히 매복에 걸려 쓰러진 것이다. 피비린내 나는 학살의 현장, 그 지옥 같은 사지에서 기적처럼 숨이 붙어 살아남은 사나이가 있었다.
모든 동료를 잃고 혈혈단신 남겨진 그는 스스로 자신의 이름과 과거의 얼굴을 지워버렸다. 그리고 눈가에는 검은 가면을 썼다. 배신과 거대한 음모로 썩어 들어간 서부의 바닥을 쓸어버리고, 차가운 땅에 묻힌 동료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그는 다시 말안장에 몸을 실었다.
지혜와 관록을 지닌 인디언 친구 톤토가 그의 곁에 섰고, 눈이 멀 지경으로 눈부신 순백의 명마 실버가 운명처럼 그와 발걸음을 맞추었다. 그것만으로도 고독한 여정은 외롭지 않았다. 거대한 권력을 틀어쥔 캐번디시 가문의 흉악한 음모가아 아가리를 벌리고 도사리는 분지. 그 무법지대의 한복판에서, 가면을 쓴 기수는 발자취 대신 자신만의 상징인 은총알을 남기며 암흑 속에 가려진 진실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전설은 그렇게 피와 모래바람 속에서 태어나고 있었다. 불의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한 남자의 고결한 투지와 식지 않는 뜨거운 정의.
황야의 침묵을 찢고 거칠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이요 실버,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