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과 은혜Gravity and Grace프랑스어 원제: La Pesanteur et la Grâce, 1947
우리를 끌어내리는 중력, 우리를 바꾸는 은혜!!
시몬 베유가 생전에 체계적인 저서로 완성한 책이 아니다. 그녀가 남긴 두꺼운 노트들에서 귀스타브 티봉이 발췌문을 선별하고 주제별로 배열하여 사후 출간한 단상집이다. 이 책은 소설처럼 사건이 진행되거나 인물이 성장하는 서사가 없다. 대신 짧은 문장과 압축된 명제들이 서로를 비추고 때로는 긴장시키면서 하나의 사유 지형을 이룬다.
책의 중심 대립은 ‘중력’과 ‘은혜’다. 중력은 물리학의 중력처럼 인간을 자동으로 아래로 끌어내리는 힘이다. 욕망, 자기보존, 보상 심리, 상상으로 공허를 메우려는 충동, 타인에게 상처를 되돌려주려는 충동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은혜는 이 중력의 법칙을 벗어나 인간에게 작용하는 초자연적 힘이다. 베유는 은혜가 인간의 의지나 자기강화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허를 성급히 메우지 않고 견딜 때 들어온다고 본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탈창조’와 ‘주의’다. 탈창조는 자기중심적 자아를 비워 하나님이 중심이 되도록 하는 과정이고, 주의는 의지로 자신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온전히 바라보고 기다리는 영성적 태도다. 베유에게 사랑은 소유나 지배가 아니라 거리와 비소유의 관계이며, 고통affliction은 단순한 육체적 고통을 넘어 인간 존재의 근본적 시련이다. 십자가는 힘의 논리와 역전되는 사랑과 자기 비움의 상징이다.
또한 사회적 우상, 집단, 국가, 전체주의, 노동을 다룬다. 베유는 집단이나 국가가 절대적 가치의 자리를 차지하는 현상을 비판하고, 노동을 인간이 시간·필연·현실과 직접 접촉하는 실천적 영역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