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계 약수(弱水) 강변에서 백 년을 자란 원추리꽃 정령, 약훤.
구천전신의 손에 이끌려 인간 세상 가난한 농가의 세 살배기 딸 '훤보'의 몸으로 다시 태어났다.
눈을 뜨자마자 귓가에 쏟아진 것은 이런 소리였다.
"세 살이 되도록 말도 못 하고 걷지도 못하는 게, 밥만 축내! 늑대한테나 줘 버리지 왜 키워!"
깨어나 처음 본 것은 하나같이 액운이 낀 가족들.
그리고 그중에서도 유독 시커먼 기운을 두른 여자 하나. 도박으로 집안을 말아먹을 관상에 거짓 임신으로 혼례까지 올린 큰어머니가, 지금 '나'를 꼬집고 있었다.
"어디서 우리 훤보를 꼬집어? 내가 오늘 너를 꼬집어 죽여 버릴 거야!"
"아이고, 배야! 어머님, 살려 주세요! 유씨한테 맞아서 태기가 상했어요!"
백 년을 꽃으로만 산 정령이 인간사의 복잡한 속사정을 어찌 알겠는가.
그저 보이는 대로 말했을 뿐이다.
"엄마. 저 아줌마 배 속에는 아기가 없는데, 어떻게 태기가 상해?"
* * *
아무래도 이 집은 이상하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들도 하나같이 부(富)와 귀(貴)를 갖춘 관상이다. 할머니는 복록수(福祿壽)를 두루 갖춘 대부대귀의 상이니, 진작에 편히 살고 있어야 마땅했다.
그런데 왜, 다들 액운에 시달리고 있지?
"할머니. 이 집, 운을 도둑맞았어."
운은 되찾아야겠다. 그리고 훔쳐 간 나쁜 놈들 혼내 줘야겠다.
맛있는 것도 먹고, 돈도 벌고, 우리 식구 다 복 누리며 살게 해 줘야겠다!
작은 꽃 정령의 인간사 적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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