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둘에 붓을 내려놓은 미란은 서른 해를 콘크리트 집에서 아내이자 어머니로 살아왔다. 어느 봄, 홍천의 숲에서 못 하나 쓰지 않고 나무를 맞물려 집을 세우는 대목수 철순을 만나면서, 미란은 자신이 잃어버린 결을 다시 발견한다. 나무가 자신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듯, 사람도 잊고 있던 자신을 기억해 낸다.
소설은 ‘기초 공사 - 골조 공사 - 마감 공사 - 완공 - 에필로그’라는 다섯 단계의 건축 과정으로 구성된다. 집 한 채가 세워지는 순서가 곧 한 사람이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순서와 포개진다. 쉰다섯의 봄, 미란은 먼지 쌓인 옛 스케치북을 꺼내 들고 남편이 의뢰한 홍천의 목조주택 현장을 찾는다. 그곳에서 만난 대목수 철순은 콘크리트의 언어가 아닌 나무의 언어로 말하는 사람이다. 결, 나이테, 옹이,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까지 0.3밀리미터를 깎는 손. 두 사람은 닷새간 고립된 현장에서 깊이 마주하지만, 미란은 자식과 가정이라는 둥지를 무너뜨릴 수 없어 사랑을 떠나보낸다. 그러나 그 시간은 미란을 다시 붓 앞에 세운다. 세월이 흐른 뒤, 미란의 손녀가 같은 기둥 앞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며,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빛을 향해 가지를 뻗는 힘’이 건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