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 졸업 작품을 함께 제작했던 네 명의 동급생인 나가세, 다카미네, 모리, 시즈쿠, 연인도 아니고 절친이라 하기도 어려운 묘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네 사람이 3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재회하는데, 다카미네 소유의 빌딩 철거를 계기로 보석을 리폼하던 한 회사가 폐업하면서 그곳에서 일하던 나가세도 실직을 하고 막막해진 상태다.
아버지의 보석 사업을 물려받아 보석 리폼 회사를 경영하던 다카미네는 현재 사업도 접고 이혼도 해서 무기력해진 상황, 시즈쿠는 외딴 섬에서 동성 연인과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시점.
마흔다섯 살 현재 시점에서 시작해 5년씩 과거로 회귀하며 네 사람의 지난 기억이 펼쳐지는 서사 구조가 매우 흥미로운 《기억은 물방울 모양》은 “보석이 형태를 바꾸며 반짝임을 이어가듯이” 삶 또한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매우 담담하게 은유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다카미네는 말한다. “우리 아버지가 팔고, 팔고, 또 팔았던 반지와 귀걸이는 이제 장롱 깊숙이 처박힌 채 사람들 기억에서도 사라졌어. 어쩐지 엄청 쓸쓸하지 않아? 나는 기억에서 사라진 보석을 찾아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시키고 싶어. 그렇게 해서 보석이 손에서 손으로 계속 이어지면서 영원히 사랑받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어.”
시대가 바뀌고 손에 쥔 사람에 따라 형태는 달라지더라도 계속 이어지는 뭔가를 만들고 싶다는 다카미네의 소망처럼, 시간을 초월하고 형태를 바꾸어 돌고 도는 ‘연대’와 재생의 이야기가 이 소설이다.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대하는 가슴속 사랑과 위로가 아찔하도록 섬세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야기, 읽고 나면 귀한 보석 하나를 손에 쥔 듯한 감상에 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