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평론집은 윤동주의 작품을 원문과 함께 읽으며 그의 시세계와 정신의깊이를 살피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작품을 먼저 만나고 그 뒤에 평론을 읽음으로써, 독자가 시인의 언어와 평론가의 해석 사이를 스스로 오갈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따라서 일반적인 운문 작품은 가능한 한 작품 전문을 먼저 수록하고 이어서 해당 작품의 평론을 배치하였다. 작품의 행과 연, 어휘와 표기는 원문의 의미와 호흡을 존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다만 윤동주의 작품 가운데 산문시 및 산문적 성격이 강한 작품은 전문을 수록하지 않았다. 산문시는 일반적인 운문 작품에 비하여 분량이 길고 서사적 전개가 두드러져, 전문을 일률적으로 수록할 경우 평론집 전체의 구성과 읽기의 호흡이 지나치게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산문시의 문학적 가치나 중요성을 낮게 보아 생략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운문과 산문시가 지닌 서로 다른 형식적 특성을 인정하고, 이 책이 작품 선집이 아니라 윤동주의 작품세계를 읽고 해석하는 평론집이라는 성격을 분명히 하기 위한 편집상의 선택이다.
산문시의 경우 작품 전문을 대신하여 평론 속에서 작품의 배경과 서사적 흐름을 충분히 밝히고, 해석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구절과 장면을 적절히 인용하였다. 따라서 원문 전문을 싣지 않더라도 작품의 중심 정서와 상징, 시인의 의식과 작품이 지닌 문학적 의미를 이해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하였다.
특히 윤동주의 산문적 작품에는 운문에서와는 또 다른 방식의 자기성찰과 현실인식이 나타난다. 따라서 산문시 역시 부수적인 작품으로 다루지 않고, 윤동주의 시정신과 문학적 세계를 밝히는 중요한 작품으로서 운문 작품과 동일한 비평적 무게를 두고 살펴보았다.
또한 작품을 해석하는 과정에서는 오늘의 관점만을 작품에 덧씌우기보다 윤동주가 살았던 시대와 언어, 작품이 쓰인 당시의 정황을 함께 고려하고자 하였다. 동시에 한 작품을 이미 정해진 해석 속에 가두기보다 이미지와 상징, 언어와 리듬, 시대의식과 내면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작품 자체가 들려주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자 하였다.
윤동주의 문학은 맑고 아름다운 서정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그 안에는 식민지 시대를 살아야 했던 한 젊은 지식인의 고뇌와 부끄러움, 사랑과 연민, 신앙과 양심, 그리고 끝내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치열한 일러두기
정신이 함께 흐르고 있다.이 평론집은 그 정신을 하나의 결론으로 규정하려는 책이 아니다. 한 편 한 편의 작품 앞에 다시 서서 윤동주는 무엇을 바라보았으며, 무엇 때문에 아파했고, 무엇을 끝까지 지키고자 했는가를 묻고자 한다.시인은 떠났지만 그의 언어는 남았다. 그 언어를 다시 읽는 일은 한 시인의 생애를 되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시대 앞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양심을 지킨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오늘의 우리 자신에게 다시 묻는 일이기도 하다.이 책이 윤동주의 작품을 이미 알고 있는 독자에게는 다시 깊이 읽는 계기가 되고, 처음 만나는 독자에게는 그의 시와 정신세계로 들어가는 작은 문이 되기를 바란다. - 박성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