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붉은 협곡 사이에는 지붕도 벽도 없는 바람역이 있었어요. 층층이 솟은 바위 선반을 지나온 바람들이 둥근 돌기둥 사이에서 잠깐 속도를 늦추는 곳이었지요.
그곳에는 둥근 귀와 회갈색 털을 가진 우는토끼 모아가 살았어요. 모아는 바람이 떨어뜨린 마른 풀을 바위틈에 차곡차곡 말리며, 하루에도 몇 번씩 달라지는 공기의 향을 들었습니다.
해가 기울면 협곡 위로 살구빛과 청록빛 바람띠가 길게 펼쳐졌어요. 모아에게 바람역은 떠나는 곳보다, 먼 곳의 소식이 잠시 머무는 곳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