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구치 이치요樋口一葉, 1872~1896는 메이지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소설가로, 스물네 살의 짧은 생애 동안 「키 재기」, 「탁한 강」, 「열사흗날 밤」을 비롯한 스무 편 남짓의 단편을 남겼다. 소설 외에도 사계절의 정취를 짧은 산문으로 담아낸 수필 형식의 소품들을 여럿 남겼는데, 「가을 맞이」는 그 가운데 네 편의 짧은 글을 한데 묶은 모음이다.
서문에 이어, 가을비 내리는 밤의 상념을 담은 「비 오는 밤」, 달빛 아래 못물에 비친 그림자를 좇는 「달밤」, 새벽 하늘을 가르는 기러기 울음소리에 그리운 이를 떠올리는 「기러기 소리」, 마지막으로 벌레 울음소리에 세상을 떠난 오라버니를 떠올리는 「벌레 소리」까지, 네 편 모두 특별한 사건 없이 계절의 소리와 빛에 이끌린 상념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비 오는 밤」과 「달밤」은 저자의 다른 단편으로도 각각 독립된 전자책으로 출간되어 있는데, 이 책은 그 두 편에 미공개작 「기러기 소리」·「벌레 소리」를 더해 히구치 이치요가 그린 사계절의 정취를 한 권으로 모아 감상할 수 있도록 엮었다.
이 전자책은 일본어 원문에 후리가나를 병기해 원문 독해를 돕고, 문단별 단어장을 수록해 학습 효율을 높였다. 원문의 정취와 리듬을 살린 한국어 번역을 함께 실었으며, 오미팔경의 하나인 가타타의 기러기 내려앉는 풍경을 그린 기쿠카와 에이잔의 우키요에를 컬렉션으로 함께 수록해 작품의 계절감을 시각적으로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